2005년 12월 27일 화요일

2005년 12월 27일 화요일 : 해리 포터와 불의 잔

동진님과 용산 CGV 아이맥스관에서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보았다. 책을 읽은 게 몇 년 전이다 보니 그새 누가 배신자였는지 잊어버려서,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퀴디치 월드컵 장면과 다른 학교 학생들의 등장 장면이 무척 재미있었다. 론 보는 재미도 대단하지. 그리고 개인 사진으로 봤을 땐 너무 자란 듯 했던 주인공들이, 더 나이 든 아이들과 같이 있으니 도리어 어려 보여 신기했다.

세계를 정복하려는 만화나 영화 주인공들을 볼 때 마다 대체 왜 저런 귀찮은 일을 하려고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 마음대로 살려면 그런 대중의 타겟이 되는 자리보단 정복자의 최측근이라든가, 최측근의 최측근이라든가, 그런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리가 좋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저런 마법계라면......나도 정복하고 싶겠다. 탐났다.

영화를 본 후에는 참으로 오랜만에 커피집에 갔다. 현대아파트 뒤쪽 길에 있는 '에디아르(Hediard)'에서 치즈빵과 치즈케이크를 사 갔는데, 치즈빵은 아주 맛있었으나 치즈 케익은 너무나 맛이 없어서 슬펐다. 어째 많이 남아 있더라니, 그래서였나! 동진님이 직접 추출하신 이디오피아와, 실장님께서 끓여 주신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커피도 백 그램 사 왔다. 집에 커피가 없어서 그간 무척 괴로웠다.

저녁은 신촌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에서 먹었다. 서울대 백신고 종강동문회였다. 종우오빠, 나, 두현이, 채우, 연수, 휴가 나온 태준이 여섯 명이 모였다. 형기오빠는 오늘[만] 일이 있었고, 혜진언니는 다음 주에 국가고시를 쳐서 몹시 바쁘시단다. 후배들이 연락을 돌려도 참석 여부조차 확인해 주지 않아 두현이가 많이 불편해 하는 듯 했다. 모임을 마련하는 사람 입장을 생각해 주면 좋을 텐데, 아쉽다. 태준이와 여행지에서 만났다는 여자분도 같이 오셨다. 처음에 태준이가 여자친구라고 소개해서 모두들 사진기까지 준비하고 두근두근하며 기다렸는데, 나중엔 동문회 자리에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데리고 오기 뭣해서 그랬다고 해서 좀 김 샜다. 다음 달이면 상병이 되는 태준이는 여전했으나, 종례 시간을 실수로 점호 시간이라고 하는 걸 보니 군인은 군인이었다. 여하튼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 기뻤다.

식후엔 투썸 플레이스에 가서 차를 한 잔 마셨다. 일산에 사는 채우와 연수, 그리고 나는 먼저 들어가고, 종우오빠와 두현이는 군에서 못 마시는 술을 사 주겠다며 태준이를 데리고 갔다. 종일 열심히 놀았다.

댓글 3개:

  1. 그런 의미에서 진정 성공한 사람은 폴 앨런... =_=; 세계를 정복해서 욕먹는 빌 게이츠에 가려 저 구석에서 딩가딩가 놀고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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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지구정복비밀결사도 나가시면서 그 무슨 약한 말씀입니까!

    아무쪼록 힘내세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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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지정사는, 어떻게 지구정복같이 귀찮은 일을 남에게 떠맡기고 SF나 읽으며 놀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건전 학술 모임이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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