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20일 금요일

2005년 5월 20일 금요일

음악이 고프다. 이럴 때일수록, 굉장히 구체적이고 비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일단, 피아노가 싫다. (동생이 시험 때문에 매일 '콩콩콩 뛰어라~'의 피아노 반주를 연습했기 때문은 아니다.) 평소 좋아하는 악기고 몇 안 되는 음반도 대부분 피아노곡이라, 이런 상태가 되면 정말이지 들을 게 없어진다. 바이올린, 흐느적거리지 않는 바이올린이나 희미하지 않은 비올라라면 좋다. 클라리넷과 플루트는 사양, 오보에는 환영이다. 트럼펫도 넣어 보자.

모짜르트나 하이든은 싫다. 베토벤 정도는 괜찮다. 단, 교향곡 9번은 빼자. 평소에 좋아하는 쇼팽이나 멘델스존도 이런 기분일 때는 사양. 차이코프스키나 라흐마니노프, 말러, 바흐, 파가니니, 그리고 각종 러시아 민족주의 작곡가들은 모조리 통과다. 아니, 잠깐,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추가. 세헤라자데로. 리츠트는 좋아. 소나무숲인지 트럼펫 빵빵 신나게 울리는 곡은 누구 거였지? 아, 레스피기, 레스피기였군. 그것도 5분 정도 넣어 보고......시벨리우스랑 생상스도 추가. 슈만의 환상곡도 넣을래. 베를리오즈를 빠뜨릴 수야 없지! 베를리오즈! 베를리오즈! 찬양하라!

상기 작곡가들을 모아서 1악장은 알레그로로 2악장은 아다지오 3악장은 스케르초로 4악장은 작곡가들 마음대로 하게 허락해 주자. 단, 마지막은 무조건 화려하게 끝낼 것.



이렇게 쓰고 집어넣으면 그 스타일에 맞게 작곡된 곡이 연주까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피드백 기능도 있는 걸로. 듣다가 '잠깐, 그 부분 좀 더 가볍게~' 하면 샤삭 바뀐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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