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15일 일요일

2005년 5월 15일 일요일 : 쿤둔

아점으로 닭도리탕 닭볶음탕을 먹고 방 청소를 했다. 폐지를 치우고, 몇 주 동안 방치해 두었던 각종 프린트며 참고 자료를 정리해 철했다.

낮에 영화를 한 편 보러 나갈 생각이었는데 - '킨제이 보고서'와 '쉘부르의 우산' 중 하나로 - 오후 한 시 사십 분 쯤 무심코 틀어 본 EBS에서 일요 시네마 전 광고를 하고 있었다. 무슨 영화인지 궁금해서 기다렸다. 광고가 십 분도 넘게 나왔다.;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의 '쿤둔'이었다. 부담스러울 것 같아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문이 열리고 찬란한 햇살이 번지는 장면에 눈이 붙들려 정좌하고 끝까지 보았다.

역시 부담스러웠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굳이 스콜세지의 영화를 두 시간이나 보지 않아도, 신문의 국제면을 삼십 분간 읽은 다음, 신문에조차 나오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 10분만 생각하고 나면 부담감 위에 무시무시한 죄책감과 무력감을 더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영화의 힘에도 새삼 감탄했다. 스콜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기엔 이르지만, 만약 다음에 스콜세지 회고전을 한다면 한 편이라도 꼭 보아야겠다.

밤 아홉 시쯤 홍대 앞에 잠깐 나가서 바람을 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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