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16일 화요일

2005년 8월 16일 화요일 :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더글라스 아담스 원작,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영화 시사회에 갔다. 상준님께서 초대해 주신 덕분이다. 늦을까봐 차를 타고 갔는데 종로에서 길이 몹시 막혀, 영화관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음에도......조금 늦었다. OTL

'은하수~'는 26일부터 필름포럼에서 단관 개봉한다. 도대체 영화가 어떻기에 이렇게 조용히 나오나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아무 문제도 없었다. 아니, 사실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 원작의 정서에 충실했다. 보는 내내 '아니, 이렇게 바보스러울 데가!' 하고 낄낄 웃었다. 원작의 허무개그와 바보스러움(silliness ; stupidity가 아니다.)을 최대한 살려 만든 괴작 작품이었다.

영화는 히치하이커 전권에서 조금씩 따서 만들어졌다. 1권의 '집 철거'에서 시작하여, XXXXX까지 이어지는 줄거리는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좀 어이없이 보일 수도 있겠다. 전체적인 영상화 정도는 꽤 만족스러웠다. - 우울한 로봇 마빈의 생김새와 목소리가 일품이고, 물렁물렁한 바벨피쉬, '순수한 마음'호의 엔진 가동시 변신 모습, 행성 공장 등도 재미있다. 대통령 역시 진짜 얼간이다.

특히 영화 초반 나오는 픽토그램들이 무척 재미있다. 끝까지 넣었으면 좋았을 텐데, 중반부턴 그냥 영화로 진행되어 아쉬웠다. 또한 진행이 난삽하여 중반에는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잘 못 만들어서라기보단, 책이나 영화나 '원래 그렇다 보니. '란 느낌.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재미있게 볼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유머 취향에 따라 평이 갈릴 듯. 장르 팬으로서 평하자면, 단관으로 잠깐 개봉하기에는 무척 아까운 영화다.

시작할 때와 끝날 때 'So long, and thanks for all the fish'라는 경쾌한 노래가 나오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다. OST를 구할 수 있다면 사고 싶다. 크레딧 올라갈 때 쿠키가 있으니 영화가 끝났다고 일어서지 말고 끝까지 기다려 보시길.

영화를 본 후에는 fool님과 은림 님을 뵙고 잠깐 인사한 후 동진님과 압구정에 갔다. 원래는 커피집에 가려고 했는데, 차가 몹시 밀려 압구정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시간이라 중국음식점 '봉주루'에서 저녁식사부터 했다.


꿔바로우

사천짜장

하도 상호가 희한해 가 본 봉주루는 실내 분위기가 무척 좋았으나, 음식은 애매했다. 꿔바로우와 사천짜장을 먹었는데, 꿔바로우는......케첩......orz 사천짜장은 맛있었다.


카페 뎀셀브즈의 초코무스 & 치즈케익

식후에는 커피집에 가서 종로에서 사 간 케익을 곁들여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Coffee&Tea 이달 호에서 부산의 추천 커피집을 두 군데 메모해 왔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놀다 보니 시간이 금새 갔다. 여덟 시부터 커피 스쿨이 시작된다 하여, 일곱 시 오십 분쯤 일어서 집에 왔다. 너무 더워서 피곤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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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카메라를 깜박 두고 나가서, 음식 사진은 동진님의 D-70으로 찍었다.

댓글 3개:

  1. 다음주 수요일이나 목요일 시간 어떠세요?

    은*님과 티앙팡의 에프터눈 티세트를 먹으러 가자는 음모가 진행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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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호.. h2g2 드디어 개봉하는군요. 영화 소식은 들었지만 너무 조용해서 우리나라에서는 개봉 안하는줄 알았어요. 전 권에서 조금씩 따다가 만들어졌다니 좀 실망이네요. 각 권마다 한편씩 만들었으면 했는데, 역시 그러기엔 흥행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나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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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흥행에 대한 두려움의 문제라기보다는, 한 권 한 권을 100분 가량의 장편영화로 만들기엔 히치하이커에 '영화화 가능한 줄거리'가 너무 적어서가 아니었나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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