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30일 화요일

2005년 8월 30일 화요일

00학번 형기오빠와 압구정에 있는 롤집 야모야모(YamoYamo)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본래 약속은 한 시 반이었으나 양쪽 다 이런 저런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실제로는 오후 세 시가 되어서야 식사를 시작했다. 저녁에 라리에또에서 약속이 있어, 아우님에게 회원 카드를 갖고 있다면 학교에서 멀지 않으니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압구정에 있다는 얘길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지친 아우님의 일정을 꼬아 버렸다. 게다가 말 했다고 우기기까지 했다! (추후 확인해 보니 말 안 했더라.) 오후 내내 전전긍긍하며 반성했다.

식후에는 커피집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혼자 움직이는 편이 익숙한 사람으로서, 영화는 이성과 보는 것이라는 형기 오빠의 생각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내가 혼자서 자유롭게 움직이기 좋아하는 것, 달리 말해 타인과 함께 영화를 보거나 시간을 보낼 '필요'를 그다지 느끼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살며 아침 식사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상당히 날카로웠고, 수긍할 만한 것이었다.

저녁에는 자하님, 진아님, 아스님과 식사를 했다. 점심이 늦었던 탓에, 맛있는 토마토치즈스파게티를 주문했는데도 제법 남겼다. 연예인과 티브이 드라마/영화, 한국/동양문화를 보는 시선의 문제, 요리 등에 대해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식후에는 펄베리에 가서 아이스크림. 대화는 즐거웠으나, 몹시 피곤하여 부득불 먼저 일어났다. 대화 중에 셰익스피어 이야기가 나왔는데, 말을 하다가 내가 '고전'을 글이 아니라 음악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고 내심 놀랐다.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가 화제에 오르자 슈트라우스의 교향시를 생각했을 때까지만 해도 다음 주에 열리는 바로 그 곡 공연을 예매한 탓이라 여겼으나, '한 여름밤의 꿈' 에서는 멘델스존, '템페스트'에서는 베토벤을 먼저 떠올렸을 뿐 아니라, '템페스트'의 경우 그 내용을 생각하는 데도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점심 식사와 저녁 식사 사이에 원고를 좀 하려고 했는데 화요일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시간을 전혀 내지 못한 바람에, 수요일에 고생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