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18일 금요일

2005년 3월 18일 금요일 : 서울시향 실내악의 향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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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 A. Mozart, 12 Variations on "Ah, Vous dirai-je, Maman", K. 265 (arranged for Wind Quintet by Mark A. Popkin)
모차르트, “아, 어머님께 말씀드리죠”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 (마크 폽킨 편곡)

2. F. Danzi, Wind Quintet in g minor, Op. 56-2
단치, 목관 5중주 g단조, 작품 56-2
-송영지(Fl.), 김형섭(Ob.), 이창희(Cl.), 곽정선(Bn.), 막심 멜니코프(Hn.)

3. R. Schumann, Piano Quartet in E-flat major, Op. 47
슈만, 피아노 사중주 E플랫 장조, 작품 47
-주연주(Vn.), 김동혜(Va.), 김완정(Vc.), 임정신(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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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서울시향 단원들이 연주하는 '실내악의 향연' 첫 공연을 보았다. '실내악의 향연 2' 공연 계획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지만, 1이라고 쓰여 있고, 프로그램에서도 법인으로 출발하는 만큼 실내악 공연 등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레퍼토리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만큼 일단은 기획 공연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시향이 작년의 혼란스런 상황을 매듭짓고 다시 자리를 잡는 것 같아 팬으로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첫 곡이 반짝반짝 작은별 변주곡이라 반가웠다. 특히 시민에게 쉽게 다가가는 실내악 공연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기획 첫 곡으로 이만한 게 없겠다. 어릴 때 배운 게 무섭다고, 아직도 나는 이 곡의 원주제목 - 어쩌고 저쩌고 마망 - 을 외우지 못하고, 첫 음이 울리면 반사적으로 '반'이라는 가사를 떠올린다. 주제를 따라서 '반짜아악 바아안 짜라락...'이라고 마음 속으로 가사를 붙여 부를 때도 있다.

두 번째 곡은 단치 목관 5중주. 단치 곡은 처음 들은 듯? 굉장히 고전적인 느낌이라 듣기에 무리가 없었다.

세 번째, 슈만의 피아노 4중주는 매우 좋았다. 예매할 때도 - 20일의 TIMF 앙상블 공연과 이 공연 사이에서 고민했었다 - 프로그램에 슈만이 들어간 점을 눈여겨 보았던 차다. 3악장의 안단테 칸타빌레가 정말 아름답다. 건성으로 듣다가도 등을 곧추세우고 몰입하게 할, 아니, 반대로 의자에 몸을 푹 묻고 눈을 감게 할 만한 멋진 악장이었다.

공연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만족했다. 듣는 이를 음악으로 감싸안는 특별한 연주까지는 아니었지만, 무난한 레퍼토리를 편하게 연주해서 - 슈만 4중주에서는 조금 더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 주었으면 싶긴 했지만, 그런 것 까지 세세히 바라고 청하는 것은 지나친 듯 하고 - 편하게 들을 수 있었고, 대극장 공연에서는 놓치기 쉬운 단원들의 연주를 가까이에서 세세히 살필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다만 공연 진행과 마무리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개인 귀국 연주회가 아닌, 나름대로 시향의 이름을 걸고 하는 연주회인 만큼 좀 더 체계적인 기획으로 준비/홍보했으면 한다. 특히 입장료가 저렴하고 무게감보다는 친숙함에 중심을 둔 기획인 만큼 잘 한다면 서울시향의 이름을 활용한 작고 깔끔한 시리즈로 만들 수도 있을 텐데, 처음이라서인지 소위 '초대권 공연'의 느낌이 너무 강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로비가 '레슨선생님과 사진을' 코너가 되어 버린 점도 일반 관객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어차피 공연자가 곧 로비로 나온다면, 아는 사람들끼리 꽃다발을 건네고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보통 관객이 다가가서 '오늘 연주의 이런저런 부분이 좋았어요.'라고 말 한번 건네고 나갈 만한 열린 분위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멋지지 않을까. 엄연히 유료 관객이 있는 공연이니까 말이다.

참, 슈만 연주에서는 연주자 네 명이 드레스를 참 예쁘게 입고 나왔다 - 바이올린은 적, 비올라는 백(+ 검은색 레이스), 첼로는 남청, 피아노는 연두(!)색 민소매 드레스였다 -. 보통 개인 연주회에서 입을 법한 옷이었지만, 네 명이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옷을 입고 등장하니까 눈에 확 띄었다. 평소에 연주자 의상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내가 입장하는 순간 '어어어?'라고 생각했을 정도이니......하도 인상깊어 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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