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20일 일요일

2005년 3월 20일 일요일

시험을 친 정란이와 홍대 근처에서 만났다. 오늘이 시험날이니 빨라야 이 달 말에나 집으로 돌아갈 줄 알고 천천히 약속을 잡아볼까 하던 차였는데, 내일 오후에 곧장 정리하고 내려간다는 말을 듣고 누워 뒹굴다가 허겁지겁 일어나 나갔다.


까르보나라

토마토소스 뇨끼

새벽부터 오후까지 시험을 친 다음이라 꽤 피곤했을 터인데, 그런 것 치곤 표정이 괜찮아 보여 다행이었다. 함께 치뽈리나에 가서 이른 저녁을 먹고 - 정란이는 까르보나라, 나는 토마토소스 뇨끼 -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험생들끼리만 공감할 수 있는 대화거리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식후에는 인클라우드에 갔다. 인클라우드가 금연 카페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흡연이 가능했다. 한산한 시각에만 주로 찾다 보니 지금까지 몰랐다. 흡연자를 피하려 비하인드가 아닌 인클라우드에 갔건만......흑.



정란이에게서 내 꿈 이야기를 들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내가 '나중에 내가 꿈에 대해 물어보거든 말해 달라.'며 꿈 얘기를 했다고 한다.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데, 정란이는 부탁받은 당사자인만큼 지금껏 기억을 하고 있었더라.
'커다란 톱니바퀴가 가득 찬 방 같은 곳에서, 아주 아주 작고 뾰족하고 가느다란 - 내가 '샤프에서 나온 샤프심보다 더 가는' 이라고 표현했단다 - 것이 커다란 두 개의 톱니바퀴 사이에 깔리기 직전인 모습' 이 바로 그 꿈이다. 사소한 주변 설명이 있지만, 어쨌든 그 부분이 바로 핵심이란다. 줄거리도 없고, 특별한 인물이나 사물이 등장하지도, 인상적인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는 꿈을 어째서 '혹시 내가 잊을지도 모르니 네가 대신 기억했다가 내가 묻거든 가르쳐 줘.'라고 친구에게 부탁할 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왜 미래의 나 자신이 그 꿈에 대해 다시 물어보리라 생각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여덟 시 반쯤 아쉽게 헤어졌다. 디지털 카메라의 배터리가 방전되는 바람에 정란이와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웠다.


(정란이에게 선물한 손수 만든 노트)

댓글 3개:

  1. 이 내용 잘 각색하면 뭔가 그럴듯한 단편 소설이 될 듯하네요. 꿈과 관련된 사건을 겪었으나 여차저차해서 기억이 소거된 당사자. 꿈을 얘기해준 친구. 기억못하는 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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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노트 넘 예뻐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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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제가 고심해서 고른 표지천을 눈여겨 보아 주시니 기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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