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일산 정발산역 근처의 웨스턴 돔이라는 쇼핑 센터에서 탄뎀 파트너인 제시를 처음으로 만났다. 탄뎀 파트너는 우리말로 하면 '언어교환 짝궁'정도 되려나. 한국에 오면 독일어로 말할 기회가 전혀 없을 것 같아 귀국 전에 베를린에서 탄뎀 파트너를 수소문했는데, 운 좋게도 제시와 연락이 닿아 함께 한국어-독일어를 각각 한 시간씩 공부하기로 했다. 제시는 독일어를 제2외국어로 공부했고 독일에서 일 년 정도 살았던 미국인이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처음으로 읽어 보았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독특하게 생긴 발음기호도 사용하던데, 한글을 바로 읽는 편이 더 쉽단다. 애당초 표음문자인 한글에 별도의 발음기호가 왜 필요할까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필요할까 싶었는데'의 발음은 '피료할까 시펀는데'다. 필요하겠구나.;
여러모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정치적 성향이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다 싶었고, 무엇보다도 독일어로 말할 기회가 있어 기쁘다. 읽고 쓰기야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말은 정말 상대가 없으면 어렵다. 특히 나는 사람을 만나 말할 일이 거의 없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대면 대화에서 말을 주고받는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한다. 베를린에서 지내는 동안 이 문제점을 절감했기 때문에 이번 학기에는 좀 더 '대화'를 많이 해 보려고 한다.
나는 한국어로 말할 때 말을 상당히 빨리 하고, 문장 끝에서 다음 문장으로 바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흥분하면 할수록 이 증상이 심해져서, 가끔은 엄청난 속도로 문장을 2/3까지 말한 다음 뒤를 생략하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영어로 말할 때도 마찬가지더라. -_- 독일어로 말할 때면 원하는 만큼 문장을 빨리 만들지 못하니 특히 복문을 말하다가는 도중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영어로 넘어가버린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랬는데 -어렸을 때 내가 말을 하면 어머니가 중간에 '숨표, 숨표'하고 지적하시곤 했다. 고등학생 때 면접 준비하면서도 '문장을 잘라먹지 말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어느 나라 말을 해도 상태가 똑같다니, 어찌 생각하면 당연하긴 하지만 한국어와 영어는 이미 늦었다 치고, 독일어 만이라도 어떻게 좀.......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제이님은 인상이 차분해 보여서 말이 웬만큼 빨라져도 상대방은 눈치 잘 못 채요 ^^;
답글삭제저와 비슷한 버릇이 있으시군요. 반가워라. (...)
답글삭제어느 나라 말을 해도 느리고 어눌한 전 말 빠른 게 좋아보이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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