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3일 월요일

2007년 9월 3일 월요일

오전에 일산 정발산역 근처의 웨스턴 돔이라는 쇼핑 센터에서 탄뎀 파트너인 제시를 처음으로 만났다. 탄뎀 파트너는 우리말로 하면 '언어교환 짝궁'정도 되려나. 한국에 오면 독일어로 말할 기회가 전혀 없을 것 같아 귀국 전에 베를린에서 탄뎀 파트너를 수소문했는데, 운 좋게도 제시와 연락이 닿아 함께 한국어-독일어를 각각 한 시간씩 공부하기로 했다. 제시는 독일어를 제2외국어로 공부했고 독일에서 일 년 정도 살았던 미국인이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처음으로 읽어 보았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독특하게 생긴 발음기호도 사용하던데, 한글을 바로 읽는 편이 더 쉽단다. 애당초 표음문자인 한글에 별도의 발음기호가 왜 필요할까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필요할까 싶었는데'의 발음은 '피료할까 시펀는데'다. 필요하겠구나.;

여러모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정치적 성향이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다 싶었고, 무엇보다도 독일어로 말할 기회가 있어 기쁘다. 읽고 쓰기야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말은 정말 상대가 없으면 어렵다. 특히 나는 사람을 만나 말할 일이 거의 없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대면 대화에서 말을 주고받는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한다. 베를린에서 지내는 동안 이 문제점을 절감했기 때문에 이번 학기에는 좀 더 '대화'를 많이 해 보려고 한다.

나는 한국어로 말할 때 말을 상당히 빨리 하고, 문장 끝에서 다음 문장으로 바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흥분하면 할수록 이 증상이 심해져서, 가끔은 엄청난 속도로 문장을 2/3까지 말한 다음 뒤를 생략하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영어로 말할 때도 마찬가지더라. -_- 독일어로 말할 때면 원하는 만큼 문장을 빨리 만들지 못하니 특히 복문을 말하다가는 도중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영어로 넘어가버린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랬는데 -어렸을 때 내가 말을 하면 어머니가 중간에 '숨표, 숨표'하고 지적하시곤 했다. 고등학생 때 면접 준비하면서도 '문장을 잘라먹지 말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어느 나라 말을 해도 상태가 똑같다니, 어찌 생각하면 당연하긴 하지만 한국어와 영어는 이미 늦었다 치고, 독일어 만이라도 어떻게 좀.......


댓글 3개:

  1.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제이님은 인상이 차분해 보여서 말이 웬만큼 빨라져도 상대방은 눈치 잘 못 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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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와 비슷한 버릇이 있으시군요. 반가워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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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어느 나라 말을 해도 느리고 어눌한 전 말 빠른 게 좋아보이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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