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24일 월요일

2007년 9월 24일 월요일



성곡미술관 앞에 있는 카페 커피스트 (Coffeest)에서 동진님, 용진군과 만나 커피를 마셨다. 커피스트 건물은 구 광화문 터로, 건물 내 바닥 일부를 유리로 처리해 예전 주춧돌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곳이다. 카페 자체도 꽤 멋진데, 위치가 그래서인지 주위 테이블 사람들이 모두 성곡미술관과 신모씨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안타까웠다.(눈 앞에 성곡미술관이 보이니 그 얘기가 절로 나오긴 하더라)

 

처음에는 바깥 테이블에 앉았다가, 날이 더워서 나중에 실내 에어컨을 가동하자 실외기의 진동과 온풍이 느껴져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추석을 기해 제주에서 올라온 용진군은 어느새 본과 2학년 2학기이다. 여러모로 장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던데, 앞날이 기대된다. 자격증 사업으로 부를 축적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도 함께 구상해 보았다.  



오후 다섯 시 반 쯤 집에 들어와서 뒷정리를 하고(오전부터 추석 차례 준비로 집이 어수선했다) 한 숨 잤다. 그런데 악몽을 꿔서 열한 시 쯤 깜짝 놀라며 깼다.

그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요약하자면 철모르는 10대 남자아이들([짱] 같은 소년만화에 나오는 남학생들 분위기)이 기 싸움에 쓰려고 작은 폭발물인 줄 알고 터뜨린 것이 사실은 물을 오염시키는 교묘한 생체무기였다. 처음에는 폭탄인 줄 알고 도망갔는데, 나중에 그것이 물에 작용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의 공포감과 무력감이 너무나 생생했다. 강 상류 같은 곳에서 그 독극물이 물에 섞여들어가고,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물을 사용하는 순간의 편린들이 순식간에 쏟아지듯 눈앞을 스쳐지나가면서 그 사람들이 한 명씩 사라지고 하류로 아무리 달려도 무채색 세상만 남았다. 그 순간마다 "설마....아니겠지."라는 희망이 사그라들었다.

진정하기 위해 포도를 한 송이 씻어 먹었다. 일어나자마자 안방을 들여다봤더니 온 가족이 다 있다. 내가 불안한 얼굴로 악몽을 꿨다고 하자 가족들이 무슨 꿈이냐고 물었다. "인류 멸망이요." 라고 했더니 스케일 좀 보라며 웃는다.

댓글 2개:

  1. 전 꿈에 외계인이 나타나더니 지구의 대기가 금성처럼 마구마구 끓어서 불덩이가 되어버려 지구가 멸망했었는데, 정말 엉엉 울었어요. 너무 생생하게 무서웠어요. 아침에 눈뜨자부터 울고 있으니까 엄마가 와서 악몽꿨냐고 물었지요. 그래서 지구가 멸망하는 순간에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계속 울어서 엄마가 무척 난감해했었죠.



    간간히 들르고 있습니다. 제이님의 독일여행기를 읽고 있어요. 으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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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재이 - 2007/09/25 04:17
    우와, 그 꿈도 정말 섬뜩했겠군요!



    독일일기에 어서 사진을 더해 올려야 할 텐데, 평안하게 생활해서 그런지 정리하며 보니 음식 사진만 잔뜩입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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