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2일 화요일

2006년 9월 12일 화요일 : 화성 식민지 / HD 애니메이션

오후 한 시, 서울영화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스캇 질 감독의 영상물 [화성식민지 (Mars Underground, 87', HD, 2005, USA)]를 보러 스폰지하우스에 갔다. 대체 어떤 내용인지 소개를 읽어도 잘 이해가 안 되었는데, 실제로 보니 로버트 주브린 박사의 연구와 주장을 소개하고, 그의 견해를 따른 화성 개발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영상화한 다큐멘터리였다.

영상이 굉장히 깔끔해서 감탄했다. 일단 바탕이 까만색이고 파란색이든 빨간색이든 은색이든 뭔가 동그란 게 둥실 떠 있는 장면을 보면 '피가 끓기' 시작하는 만큼, 일러스트레이션이나 CG가 많이 나오니 일단 보는 재미가 있었다.

주브린 박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논쟁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 효율성 측면에서는 상당히 일리 있는 주장이라는 글을 몇 번 읽은 적은 있다. 그러나 그 열정에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싶어지는 것과 별개로, 유인우주선에 타는 '사람' 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많이 들었다. 개인공간이 1평인 우주선/거주지 안에서 단 네 사람이 몇 년 동안 생활한다는 것이 과연 '인간적으로' 가능할까? 주브린은 세계적인 영웅이 되어 부와 명성을 누리고 역사에 이름을 남길 기회이니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리라고 하지만, 그런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지 않아?

한때 그와 함께 일했던 과학자가 '아주 밝은 별 옆에 있으면 빛이 바래는데, 그렇게 느껴졌다. 내가 할 일이 없는 것 같았다.'는 요지의 인터뷰를 했던데, 그 심정을 왠지 알 것 같았다. 겨우 한 시간 반 보면서도 조금 짓눌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그를 따르는 화성 협회 사람들을 보나, 그들이 하는 활동의 면면을 보나, 솔직히 말해 신흥 종교 지도자 같은 데가 있다.;

[화성식민지]를 본 후에는 카페 뎀셀브즈에 가서 원고를 매우 열심히 했다. 한참 하다 보니 배가 고파져, 이른 저녁 삼아 새싹새우샌드위치를 먹어 보았다. 무순과 작은 새우, 토마토 등이 들어 있는데, 딱 내 취향이었다. 앞으로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일곱 시에 시작하는 'HD 단편 애니메이션' 상영을 보러 스폰지하우스로 돌아갔다. 앞 디지털 쇼케이스 상영의 GV가 늦게 끝나 조금 기다렸다. 이 상영분의 표도 마련해 놓았으나 원고 할 시간이 필요해 안 들어갔었다.

단편 애니메이션은 총 다섯 편이었다. 원래 상영 목록에는 한 편이 더 있었는데,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상영을 못 했다.

[통행료(The Toll, J Zachary Pike | USA | 7 min | HD | Short)]
[Vaudeville (Chansoo Kim | USA | 5 min | HD | Short)]
[사마귀 이야기 (Josh Staub | USA | 8 min | HD| Short)]
[임박한 체포 (Mike McCormick, Rob Taylor | USA | 3min | HD | Short)]
[코끼리의 꿈 (Blender Foundation | Neterland |11 min | HD | Short)]

다리에서 통행료 받는 일을 하는 트롤에 대한 가상 인터뷰인 [통행료]가 가장 재미있었다. 맨 마지막, 크레딧 올라간 뒤에 '이 영화를 찍는 중에 어떠한 동물이나 사람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아, 어쩌면 그때 그 남자는 빼고요.'라는 문구를 넣은 센스도 좋았다. (인터뷰 중간에 한 여행자(?)가 통행료를 안 내고 지나가려고 하자 트롤이 수상한 손잡이를 당기고, 비명 소리가 한참 들린다.) [사마귀 이야기]와 [임박한 체포]는 귀여웠다. 오픈소스만을 사용해 만든 [코끼리의 꿈]은 내용보다는 기술적인 면을 보여 주려고 만든 작품 같았다. [Vandeville]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 설명을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하니 납득은 가지만, 책이든 영화든 그 작품 안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귀가하여 늦은 저녁을 먹고 인터넷을 좀 한 다음, 검토서를 마무리했다. 취침 시간이 조금 늦어지긴 헀지만 계획대로 거의 정확히 진행된, 만족스런 하루였다.

댓글 2개:

  1. 저녁은 어쩐지 자주 샌드위치이신 듯 하네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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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일어나 자리 옮기기가 귀찮을 때가 많거든. 사실 이 날에는 집에 들어가서 밥을 반 공기 더 먹었다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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