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3일 일요일

2004년 5월 22일 토요일 : 무대를 보는 눈 - 독일현대작가전


제이님의 걸작

오전 내내 집에서 뒹굴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집에만 있다가는 저녁에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후 세 시쯤 가방을 챙겨 로댕갤러리에 갔다. 어제 시작한 The Scenic Eye: Visual Arts and the Theatre展. 마침 작품 해설을 해 주는 시각이라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무대미술에 참여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독일 현대 미술가 열 아홉명이 '연극'을 주제로 만든 작품을 모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전시안내문에 있는 줄 알고 안 써왔는데 제목이 없다! T_T 두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도 없어! 크흑. 여하튼 길쭉한 원통 형태로, 한쪽 반투명 유리에 현관문에 달려 있는 작은 렌즈구멍을 붙여 놓은 작품이 가장 인상깊었다. 한 사람이 딱 들어가는 안쪽에서 렌즈를 들여다보면 밖이 ㅡ 현관문에서 보듯 ㅡ 보이는데, 재미있게도 밖에서는 안에서 작은 렌즈구멍을 들여다보는 사람 전체가 보인다. 마치 관객이 없는 것처럼 무대 위의 세계에서 연기하는 배우를 사실은 관객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여러 개가 나란히 서 있으니 관 같았다. 두 번째 작품은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으로, 1004개의 구멍과 어쩌고 하는 제목이었다. 꽃처럼 펼쳐진 찜통판(농담) 위에 유리로 만든 심장이 얹혀 있다. (혹시 전시장에 가시는 분은 이 두 작품의 제목과 작가를 알려 주시길 부탁드려요)전시작품을 운반할 때 쓰는 상자를 그대로 활용한 라이너 괴르쓰의 작품도 재미있었다. 유랑극단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란다. '네거티브 플레이'(역시 안내문에 없어 작가 이름은 모르겠지만 다행히 제목은 기억남)라는, 필름 자체를 오린 다음 크게 인화하여 눈속임 효과를 낸 사진도 괜찮았다. 출구 가까이에 있는 라이문트 쿰머의 '무대'는 평범한 사진처럼 흘려지나가지 말고 정면에서 1분 정도 집중해서 바라보면 대단히 섬뜩하니 혹시 전시장에 가거든 한번 해 보길. 작가는 무대라는 공간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들었다지만, 내게는 긴장한 배우가 무대에서 바라본 관객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보였다. 합성사진 '최종회의 연장', 영상과 음향을 함께 활용하여 전쟁과 전쟁에 대한 무심함의 잔혹함을 표현한 '군인들에게 말하는 아르토'도 눈여겨 볼 만한 작품.

전시장 안에는 라이너 괴르쓰의 작품처럼, 주어진 재료로 운반상자 안을 자유롭게 꾸며보는 참여 코너도 있었다. 그냥 지나갈 수 없지. 여섯 면에 눈을 주욱 그리고 가운데 나무, 위에는 하늘(구름)을 달았다. 마치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상자를 닫아 보면) 시선에 둘러싸인 현대인의 비애를 표현한 걸작 오브제.....라는건 물론 지금 내키는 대로 해 보는 말이고.

전시장을 나오며 혹시나 해서 동진님께 연락을 해 봤으나 답이 없기에 교보문고에 가서 책구경을 했다. 작년부터 위시리스트에 담아 두었으나 자꾸 뒤로 밀려 지금껏 사지 못했던 'Time waits for no mouse'가 있어 얼른 집어들었다. 뉴베리 수상작을 쌓아놓고 팔더라. 집에 갈까 밖에서 더 놀까 고민하던 중에 동진님에게서 연락이 와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예전부터 가야지 하면서 미루던 이태원의 프렌치 레스토랑 르 생떽스에 가려 했으나 지하철 타기가 귀찮아 중간에 압구정으로 장소를 변경, 피자집에 가려 했으나 못 찾아서 헤메는 바람에 결국 동진님이 가본 적 있다는 일본식 라멘집 큐슈라멘에 갔다. 맛있었다! 배고파서 열심히 먹었는데 양이 많아 안타깝게도 좀 남겼다.


매운야끼소바

파이코츠라멘

덴뿌라

식후에는 압구정 커피집에 가서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를 마셨다.


동진님이 프랑스에서 가져온 커피(커피집 선생님께 드림)

동진님이 핸드드립 하는 과정을 연타로 찍었다. 파일이 너무 길어 열여보기로 처리. 핸드드립을 할 때는 물을 네 번 나누어 따른다. 첫 번째는 사진이 흔들리는 바람에 제외하고, 두 번째부터 마지막까지 이어붙였다. 하얀 거품이 일며 부풀어 오르는 것은 커피가 신선할 때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핸드드립 과정



집에 오는 길에 홍대 앞 한양문고에 들러 유교수 23권을 사 왔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간 덕분에 하루종일 재미있게 놀아서 뿌듯하다.

댓글 1개:

  1. http://nyxity.com/wiki/wiki.pl?NyxityMonologue/200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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