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5일 토요일

2004년 5월 13일 목요일

수요일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집에 있었고, 목요일 오전에 미용실에 갔다. 몇 달 전에 바람머리를 하고 얼마 전 한 번 다듬기도 했던 곳이라 좀 자르고 앞서와 같은 머리로 해 달라고 말했더니 알겠다고 해서 별 생각 없이 앉아있었다. 신경이 다른 쪽으로 쏠려 있어 말을 많이 하기도 귀찮았고.

중간쯤 눈을 슬쩍 떠서 거울을 보니 저번과 쓰는 컬이 다른 것 같았다. '뭔가 미묘하게 달라!' 싶었으나 알아서 하겠지 싶어 그냥 아무 말 않았다.

그런데 완성품을 보니, 역시 달랐다. 미묘하게. 바람이 옆으로 안 서고 뒤로 누웠어! 우하하하. 아무래도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기고 모자를 푹 쓰고 간 탓에 '원래 머리 모양'을 잘못 알았나 보다. 좀 더 새댁스럽긴 해도 별 차이 없는 것 같고 그럭저럭 마음에도 들어 그냥 계산하고 나왔다.

독서실에 소포를 찾으러 갔으나 총무실이 비어 있었다. 잠시 기다리다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 그냥 나와 합격자 명단을 살펴보고 버스를 탔다. 아우님과 동대문역 근처에 있는 인도/네팔/티벳음식점 에베레스트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신림동에서 미적거린데다 지하철보다 빠를 줄 알고 탄 버스가 늦어, 약속 시간을 한참 지나서야 음식점에 도착했다. 아우님은 기다리는 동안 식당 위치 탐사까지 끝냈더라. 미안했다.

시금치-감자 커리는 꽤 맛있었다. 시금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질색하겠지만, 나나 아우님이나 야채 종류는 다 즐겨 먹기 때문에 ㅡ우리 집 식탁은 사실 풀밭이다 ㅡ 커리다운 독특한 풍미가 더해진 시금치 맛에 꽤 만족했다. 치킨티카 옆의 야채는 오이무침풍이네. 음료는 망고라씨와 바나나 라씨. 아저씨께서 나중에 찌아를 서비스로 주셨다. 조만간에 식기와 낡은 인테리어를 바꾸고, 주방에 요리사를 두세 명 더 채용해서 메뉴를 더 다양하게 할 생각이시란다. 개인적으로는 식기나 물수건은 상관없으니 조명이 밝아졌으면 좋겠다. 사진이 너무 안 예쁘게 나온단 말이지.

아우님이 맛있게 먹어서 기뻤다. 대학 들어오면 같이 맛있는 것 먹으러 많이 다니려 했는데, 동생이 대학에 적응하자마자 내가 수햏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바람에 별로 잘 챙겨주지 못했다. 그래도 4월에는 음악회도 두 번이나 같이 가고.....뿌듯하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오늘 자리를 마련한 것 같지만, 사실은 동생이 자기가 살 테니 같이 먹으러 가자고 했다. 하하하.

찌아를 마신 후 아우님은 대금 연습하러 학교로 가고 나는 집에 돌아와서 잤다.


망고라씨

시금치-감자커리

치킨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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