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염장질' 이라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부러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뭐가 부러운 건지 아예 파악을 못 하는, 말하자면 불완전정보보다는 불비정보에 가까운 상태다. 나이가 들자 다른 사람의 말에 맞장구를 쳐 줘야 할 때도 생기는데 (ex) 와ㅡ 멋진 애인 둬서 좋겠네.) 타이밍을 못 맞춰서 좀 피곤하다. 남이야 사적으로 뭘 하든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긴 하지만, 특히 남의 애인 얘기나 연애 자랑이나 스킨쉽에 대해서는 좀 지나치게 눈치가 없어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하곤 했는데, 오늘 점심 때 군만두를 먹다가 내가 이런 무감각인간이 된 이유를 깨닫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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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06년 6월 27일
어머니(굽기 담당)와 나(먹기 담당) 둘이서 저녁으로 삼겹살을 조금 구워 먹고 있었다. 어머니가 삼겹살에는 포도주가 어울리는데 꺼내기가 귀찮다고 하셨다.
아버지: 어디 있는데? 내가 갖다 줄게.
어머니: (의자에 앉은 채) 저기 안쪽 깊이 있어서, 커다란 솥 들어내야 해서 번거로워요.
아버지: 여기?
(우당탕쿵탕 끙차끙차 부스럭부스럭 끝에 와인 등장)
아, 마개 따는 게 있어야 하네. 집에 있나?
어머니: (아까 자세 그대로) 있는데, 어디 뒀더라.
......귀찮아라. 안 먹고 말래.
제이: (귀찮아 하는 사람이 미묘하게 틀린 것 같은데...)
아버지: (딸각딸각 챙강챙강 끝에 오프너를 꺼내서 마개를 따며) 끙, 끙.
어머니: (여전히 앉은 채) 하이고, 힘들어라~
제이: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어머니가?!)
ㅜㅠb
답글삭제아 진정 부러워요. 아버지 한국분 맞으신지?^^; 님 아버지같은 사람 만나면 당장 결혼하고 말텐데 말이지요...
답글삭제..허나 자식 입장에서 사이가 엄청 좋은 부모님 보는 것도 조금 복잡한 기분이기는 하겠어요. 특히 경직된 한국에선 더..
어머님께서는 포도주와 오프너의 위치를 생각해내시느라 힘드셨던 겁니다!
답글삭제인생유전이라는 말이 진실이라면 살짝 부러운데요-_ㅠ
답글삭제지나가다 님/ 어머니가 처음부터 지금의 아버지 같은 사람과 결혼하신 게 아니라, 결혼생활의 결과(과정?)로 아버지가 지금의 아버지가 되신 거랍니다. 잠깐, 어머니, '사랑의 힘이야' 같은 환청 보내지 마셈......
답글삭제그나저나 부모님의 사이가 좋은 것과 자식의 복잡한 기분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군요.부모님의 사이가 나쁜 경우라면 또 몰라도요.;
지양 님/ 게다가 생각한 다음엔 말까지 해야!
아란 양/ 아란양은 매력적이니까 걱정없음.
아. 저도 염장질이니 하는 것에 무심한 편...이라기 보다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이상하게도(!) 염장질한다고 매번 구박당하는 입장인데. ^^;
답글삭제어느 날 돌이켜 생각해보니, 역시 조기교육(?) 때문일 것 같더라구요. 언제나 주고 받으시는, '사랑스러워라~ 아아~' 하는 눈빛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어느 날인가 집에 내려 갔다가, (너무너무 자연스럽게) 설겆이 하는 엄마를 뒤에서 꼬옥 안아 주면서 '사랑해~' 하시는 아빠를 보면서... 저 역시 깨달음을 얻었더랬지요. *웃음*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어머니가?! -> 부부는 일심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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