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1일 화요일

2006년 7월 11일 화요일 : EIDF - 돈과 생명의 거래

월요일 낮에 녹화해 두었던 존 알퍼트(John Alpert)감독의 다큐멘터리, [의료보장제도 - 돈과 생명의 거래(Healthcare: Your Money or Your Life)](1977, 미국, 60min) 를 보았다. 70년대 미국 의료보장제도의 문제점을 뉴욕 시립 병원의 현실을 통해 고발한 영상물이었다.

즉시 치료가 필요한 암 환자들이 대책없이 몇 달이나 기다리고, 의료진이 고장 안 난 케이블 찾는 사이에 응급 환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인력 감축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간호사들은 린넨 바구니가 없어 침대 시트로 직접 바구니를 만들고, 직접 빗자루를 들고 복도 청소까지 한다.

시립 병원의 여건에 대해 "이것은 나치의 학살과 다를 바가 없다. 방법은 다르지만 결과는 똑같다."고 분노하는 암 전문의는, 시립 병원과 길 건너 사설 병원 두 군데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약사들은 하루 종일 아픈 몸으로 기다린 환자들에게 짜증을 내지만, 한편으로는 부족한 예산 때문에 약이 없어, 처방전에 쓰인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을 찾아내느라 종일 씨름한다. 비싼 사설 병원에서 일하는 세계적인 전문의는 그 나름대로 생명 연장과 신기술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의료보조 승인 심사 업무를 맡고 있는 사회복지사는 제각기 사연이 있는 신청자들에게 법제로 정해진 규정에 따라 기계적으로 '승인 거부'를 할 수 밖에 없다.

제도 자체에 과부하가 걸려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딱히 잘못하지 않는데도 점점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낸 점이 인상깊었다. 사회복지제도를 포함해서, 아니 사회복지제도의 경우 특히, 모든 것은 자원의 문제로 귀결된다. 미국 제도의 특징은 사회복지를 '서비스(service)'로, 대상자를 '고객(customer)'으로 보아 선택권과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시민이 복지를 수혜가 아니라 권리(right)로 인식하게 하고, 다른 시장의 상품과 마찬가지로 복지 서비스의 양과 질이 수요의 요구에 따라 향상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시작점에서부터 시민간의 경제적 편차가 큰 사회에서, 이런 제도는 아예 틀 밖에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정치 제도 면에서도 '틀 밖에 있는 사람' 즉 정치적인 압력을 표로서 행사하지 못하는 비선거권자가 존재하다 보니 상황이 더 나빠진다.

미국식 제도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우리나라의 4대 보장 제도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기는 하나) 참으로 대단한 성과라는 것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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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동네 일식집 '야미야'에서 점심으로 돈까스를 먹었다. 오후에는 [Lois and Clark]을 두 편 보고 아주 괜찮은 책을 한 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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