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24일 월요일

2005년 1월 23일 일요일 : 쿵푸허슬


녹차아이스크림케익

아우님의 생일이라 자정에 파티를 했다. 보통 우리 집 케익 담당은 아우님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내가 고르려니 어쩐지 어색했다. 이 케익은 베스킨라빈스의 신작으로, 어머니의 평을 빌리자면 '녹차가루 맛'. 아무리 그래도 기념일을 위한 케익인데 Congratulations도 Happy Birthday도 아닌 Green Tea라고 쓰인 장식판을 붙여 놓다니 싶었다.

오전에는 친구 전션과 서울극장에 가서 영화 '쿵푸허슬'을 보았다. 일 주일 내내 고대하고 있었던 영화였는데, 무서워서 크게 당황했다. 특히 전반부에서는 눈을 제대로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한 방에 사람을 죽이기로는 칼이나 도끼보다 총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썩둑썩둑 잘려나가는 장면을 보면 두렵고 속이 거북해진다. 특히 전혀 대비치 못한 첫 장면에서 충격을 받은 탓인지 오늘 내내 발목으로 손이 갔다. 주인공이 악당을 무찌르는 후반부는 비교적 재밌게 보았고, 중간 중간 나오는 패러디 역시 즐거웠다. 실망하지는 않았으나, 너무 피가 튀어 내 취향이라 하지는 못하겠다.


스프와 토스트

과일와플

점심은 카페 이마에서 먹었다. 예전에 눈여겨 보아 두었던 스프와 과일와플을 주문했다. 여기 와플은 양이 정말 많다. 조조영화를 본 덕분에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수다를 떨었다. 무심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했다. 가끔은 사후 세계나 천국, 혹은 환생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믿을 수 있다면 마음이 훨씬 편할텐데 하고 생각한다. 사람이 죽는 영화를 보면 마음이 더없이 불편해지는 것도 만들어진 장면이라는 생각보다 '한 사람의 생이 저렇게 끝'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믿지 못하는 것이다. 내심, 무신론자인 - 꽤 오랫동안 불가지론자 시늉을 했으나, 나도 남도 믿지 않음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 내 뒷덜미에 끈적하게 붙은 목숨에 대한 집착은 열성적인 유신론자의 신앙심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존재로부터 구하는 위안은 어떤 기분일까.

전션이 나와 전션의 고등학교 친구인 윤정이를 우연히 만났다며 연락처를 전해 주었다. 고등학생 때 줄곧 친하게 지냈으나 대학교 2학년 때 즈음에 연락이 끊겨, 어디서 무얼 하고 지내나 늘 궁금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소식을 듣게 되어 무척 기뻤다. 전션은 27일에 출국한다. 말 없이 휭하니 사라질 때가 많은 친구라, 미리 알려 준 것이 고마웠다.

오후 두 시쯤 귀가해 집에서 쉬었다. 2005년 1학기도 휴학하기로 결정.

댓글 4개:

  1. 오! 초장기학생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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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부럽죠? 부럽죠? 부럽죠? 부럽죠?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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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훗.. 난 앞으로 2년 더 아무에게도 태클 안받고 휴학할 수 있다구 s(-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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