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3일 토요일

2007년 11월 3일 토요일

정란이 일하는 빵집에서 쿠키 세 통을 보내 주었다. 마음씀이 고마웠다. 슈거파우더가 덮힌 말랑말랑한 쿠키가 제일 맛있었다.

지난 주 부터 가볍고 멋있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그런 것을 나서서 찾을 의욕까지는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의 스타라는 기무라 타쿠야를 멋있게 느껴질 때까지 보기로 했다. [히어로]는 꽤 재미있었고, [엔진]이라는 2005년 작 드라마가 내 취향에 그야말로 '직격'이었다. '달리지 못하는 나는 남자가 아니야'같은 대사를 엄청 진지한 얼굴로 하는데도 (솔직히 픽 웃긴 했지만) 우스꽝스럽지 않다니 굉장하잖아.  

[엔진]은 재기를 노리는 카레이서가 양아버지의 보육원 버스를 운전하면서 상처가 있는 아이들과 교감하며 서로에게 용기를 준다는,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네가 좋아할 만 하군.;"이라고 말할 만한 드라마였다.

흥미로운 요소가 상당히 많았는데, 특히 보육원의 운영 방식에 관심이 갔다. 부모가 경제적 사회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양육을 단념한 아동과 아예 보호자가 없는 장기요보호아동이 같은 시설에 있는 점 부터가 그랬다. 예를 들어, 부모가 부유한 의사라서 본인도 사립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가족이 모두 죽은 학생이 같이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부모가 양육비를 부담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오는 걸까? 그렇게 섞여 있으면 정부 지원금은 어떤 식으로 책정되며 기관 운영 비용은 어떻게 조달할까? 한 아동의 경우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자 독신모인 어머니가 찾아와서 "애를 잘 키우라고 맡겨 놨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는 식으로 따지는 장면이 나온다. 도의적인 책임을 묻는 것인지, 실질적으로 애를 키우고 있지는 않지만 육아비용을 부담하는 친권자로서 법적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또한 보육사 두 사람이 등장하고, 나중에 한 아동이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보육사가 되고자 한다는 후일담도 나온다. 그러면 일본에서 보육사는 대졸인가? 우리나라에서는 1년의 교육과정을 거치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아동복지 관련직종은 대체로 상대적으로 진입이 용이하다. 어린이집도 신고만 하면 열 수 있다. 수요는 높아져 가는데,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고 일의 강도는 높으니 공급이 적어서 자격요건을 완화한 결과다.

보육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당연히 임금을 높이고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옳겠지만 그 임금을 높인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우선 육아를 맡기는 부모의 지불용의금액이 낮다.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이 일을 해서 버는 수입보다 높다면 '차라리 내가 집에서 애를 보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게다가 이 때의 '수입'은 대체로 어머니의 수입을 기준으로 하는데, 우리나라의 여성평균임금은 남성보다 낮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지원금이 높아져야 하나 한정된 복지예산에서 아동복지 지출 비율을 높이기란 매우 어렵다. 아동은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정치과정에서 과소대표된다. 같은 이유로 한정된 예산 중 노인복지 지출 비율은 과다대표되는 경향이 있다. (전체 복지예산규모가 작기 때문에 과다대표되었다는 노인복지 지출이 아직 실제 필요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드라마를 보다가 다시 생각난 문제인데, 일전에 픽션, 특히 과학소설에서 사회복지적인 이슈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조사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과학소설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을 좀 찾아 보다가 그만두었다. 이슈가 너무나 극단적으로 다루어지거나/다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사회복지적인 문제의식이 있는 작가는 아예 세계관을 그에 맞춰 구축하고, 그렇지 않은 작가는 아예 그 문제를 배제해서 보이지도 않게 만들어 버린다. 예를 들어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는 자폐 이외에도 여러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성장해서 취직을 하고 지역사회복지단체의 지원을 받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그 반면에 캐서린 아사로의 스콜피안 엠파이어 시리즈에는 (열 몇 권이 되도록) 장애인이나 빈곤계층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80년대 과학소설의 아동관과 90년대 과학소설의 아동관 변화' 같은 주제로 묶을 만 한 작품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중첩점이 없더라.

아아, 뭔가 상관없는 얘기로 넘어갔는데, 어쨌든 이제 나는 기무타쿠가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댓글 3개:

  1. 글을 읽으면서도 몇 번 느낀 거지만 제이님은 상당히 따뜻한 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D



    아아 모아 앞에선 쿠루루가 된 느낌이다...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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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세뇰 - 2007/11/07 03:43
    그와는 조금 다르지 않나 생각합니다만......그나저나 그러면 설마 제가 모아 역인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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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흠 별로 상관없는 얘기지만 저는 오다기리 죠가 기무타쿠보다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다기리 죠는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젊은 남자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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