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5일 금요일

2009년 12월 25일 금요일

크리스마스다. 압구정에서 시댁 식구들과 점심을 먹었다. 시부모님과 아주버님 일가 외에 시숙부님과 시누이도 오셨다. [이리오너라]라는 한정식집에서 깔끔한 점심을 먹고, 시부모님은 우리 집에 오셔서 동진님표 커피를 한 잔 하고 가셨다. 형님에게서 멋진 선물을 받아 기쁘고 고마웠다.

시부모님을 배웅한 다음에는 어제 싸 놓았던 여행가방을 들고 서울역에 갔다. 올해 외조부모님이 회혼이시라, 외가 식구들이 경주에 모여 함께 축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주에 도착하니 밤이었다. 친정 식구들은 아침에 먼저 내려갔고 우리만 후발대였다. 늦게 들어가 외숙모께서 부산에서 일부러 떠 오셨다는 맛있는 회를 실컷 먹고 회혼 기념 파티를 한 다음 토너먼트 윷놀이를 했다.

회혼이면 육십 년이다. 두 분이 함께한 세월을 생각하면 경건해진다. 내가 아는 일들, 내가 모르는 일들, 내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생의 굴곡을 함께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지탱해온 두 분의 삶. 지금은 헐린 외갓집에는 마당이 있었다. 생계형 교사셨던 외할아버지는 마당에 온갖 작물이며 과실수를 심고 옥상에서는 벌을 치면서도 꽃 좋아하는 외할머니를 위해 항상 꽃 피울 자리를 남겨 놓으셨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이제 눈이 나빠 나와 동진님이 써 간 카드도 읽지 못하신다. 일부러 글씨를 크게 쓴다고 썼지만, 아버지가 옆에서 낭독하셔야 했다. 큰외삼촌이 한학을 하셨던 진외증조부의 이야기를 꺼냈고, 외할아버지는 그 글 쓰는 재주가 소연이한테 갔어, 라고 하셨다. 나는 진외증조부의 딸인 외할머니의 딸인 어머니의 딸이다. 감격스러웠다.

댓글 2개:

  1. 와 회혼이라니 대단하십니다. 축하인사드려요~



    동진님 제이님 두 분 다 즐거운 연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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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Raymundo - 2009/12/27 09:23
    예, Raymundo님도 연말연시 즐겁게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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