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1일 금요일

2009년 12월 11일 금요일 :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비빔밥 콘서트

어제는 오늘 오전 제출인 헌법 보고서를 끝내야 했는데 날씨 탓인지 너무 졸렸다.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저녁 10시 즈음에 아예 씻고 잤다가, 새벽 3시 반에 일어났다. 충분히 잤기 때문인지 오히려 효율이 높아져 무사히 보고서를 쓸 수 있었다. 만약 억지로 깨어 있었으면 아마 밤을 샜을 것 같다. 조교가 당연히 조교실에 있을 줄 알고 덜렁덜렁 갔는데, 가서 보니 조교실 배치표에 헌법 조교님이 안 계셔서 당황했다. 교수님 연구실을 같이 쓴다고 한다. 다행히(?) 부재중이라 문 밑으로 슉 밀어넣고 왔다.

그 다음에는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다문화 비빔밥 콘서트에 갔다. 처음에는 조금 착각해서 비빔밥 만들러 가는 문화체험 행사일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서울시에서 하는 공연행사로 비빔밥은 그냥 준단다. 요즈음 식생활이 상당히 비참한지라 (아무리 맛있는 유기노우스 다크우스 밤호두스 브라우니라도 매일 아침으로 브라우니만 먹고 있으면 좀 괴롭다) 득 본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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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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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공감이 있는 비빔밥"

- 색깔 있는 공연
춤으로 하나되는 댄스동아리 "동그라미" (중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공연팀)
다문화여성이 만드는 우리의 소리 "Sound of Music" (영등포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공연팀)
다문화와 함께하는 "밸리아트리움" (동대문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공연팀)

-이주여성 한국생활 도전기 1탄 (샐러드극단)

2부 "Adieu 2009 with Jazz"

- 단발머리
- 무인도
- Pent-up House
- 꽃밭에서
- A Little Drummer Boy
- Santa Clause is Coming to Town
((Ronn Branton Jazz Group: 론 브랜튼, 마틴 젠커, 켄지 오메, 이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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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었다. 2부의 재즈 공연은 엄청 본격적이어서 깜짝 놀랐다. 예상치 못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이랄까. 샐러드극단의 연극도 무척 인상깊었다. 나중에 들어 보니 1부 공연 행사는 신종플루 때문에 무대에 설 수 있는 사람/팀이 확 줄어서 섭외와 준비가 꽤 어려웠던 모먕이었다. 

서울여성플라자는 연초에 공감 예비법조인 인권법 캠프를 했던 장소이기도 해서, 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으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게 벌써 십 개월 전이다. 그 사이에 내가 과연 무엇을 했는지 상념에 잠기기에는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요즈음은 날씨 탓인지 늘 배가 고프고 졸립다.) 그냥 밥을 열심히 먹고 자판기 커피를 한 잔씩 뽑아 옥상정원에 갔다. 순안 씨와 어라핀 씨가 비행기에서 주는 견과류 간식을 꺼내서, 후식으로 커피에 곁들여 먹었다. 태국 요리에 많이 쓰이는 캐슈넛은 나무에 열린다. 과육 안에 씨가 든 것이 아니라, 과일이 맺히고 그 아래에 캐슈넛이 매달리듯이 열려서 그 부분을 손으로 따서 거두어 쓴다. 과육과 캐슈넛이 이어진 부분의 씨에 독이 있어서 딸 때는 반드시 장갑을 끼고, 딴 다음에는 칼로 윗부분을 하나하나 잘라내야 한다니 꽤 손이 가겠다. 과육은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썩 맛이 있지는 않고, 매실과 좀 비슷한 떫은 맛이 난다. 어라핀 씨는 남부 출신이라 집에 캐슈넛 나무도 몇 그루 있었다는데, 같은 태국 출신이라도 북부에서 온 순안 씨는 캐슈넛 나무를 실제로 본 적도 없단다.

오후에는 포럼이 있었지만 새벽에 깨어 있었다 보니 피곤하기도 하고 기말고사도 걱정이 되어서 집에 와서 한 숨 잤다. 정말 요새 왜 이렇게 졸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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