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27일 수요일

2005년 7월 27일 수요일 : 각자의 역할

벌써 이 주쯤 전 늦은 밤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별달리 할 일도 없으면서 그저 여기 저기 클릭해 보며 고시폐인에서 그냥폐인으로 업그레이드 중이었고, 종일 바빴던 어머니께서는 오른쪽 소파에 앉아 쉬고 계셨다. 아버지께서 부엌에서 달그락 달그락 설거지를 하고 나오시자, 어머니께서 한 마디 하셨다.

"요즈음은 아빠가 집안일을 제일 잘 도와주시는 것 같아."

오른쪽에서 무언의 압력 광선이 느껴졌다. 나는 재빨리 주먹을 불끈 움켜쥐고 포즈를 취하며 외쳤다.

"하지만 저도 우리집에 사랑과 희망의 밝은 미소를 안겨주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요!"

솔직히, 말하고 3초간 후회했다. 그러나 아버지께선 어머니 옆에 앉으시며 놀리는 기색 하나 없이 태연히 말씀하셨다.

"그럼,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지."

"어, 저기요오. -_-;"

"왜 그러니, 밝은 웃음을 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데."

그러자 어머니마저,

"하긴, 그것도 참 중요하죠." 라고 수긍.

......이, 이래서야.......

댓글 4개:

  1. 수련이 부족합니다. 당당하게 '인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하셨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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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지정사 후기 안 올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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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지양님/ 포즈 취하기 수련까지는 성공했는데 (...)

    강명님/ 마감 잠수중입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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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Jay님 글들을 읽다보면, 정말 멋진 집 멋진 가족인 듯 합니다. 부러워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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