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21일 목요일

2005년 7월 21일 목요일 : 플라네타 부르그 / 고요한 행성 / 도둑 맞은 폭탄


[화요일/ 수요일 즈음에 기념으로 뱃지 세트를 샀다.]

플라네타 부르그 Planeta Burg
감독 : 파벨 클루샨체프 (Pavel KLUSHANTSEV), Soviet Union, 1962, 74min

금성을 지구의 '쌍둥이 행성'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 아마 1960년대인가보다. '플라네타 부르그'와 고요한 행성 두 편 다 금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플라네타 부르그'에 나오는 여섯 명의 우주비행사들과 로봇이 방문(내지는 불시착) 하는 공룡과 익룡과 기분나쁘게 생긴 파충류와 뱀과 식충식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 꿈틀거리는 생명체들과 묘령의 여인(?)이 산다. 당시에 금성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틀린 부분이야 그렇다 쳐도, 우주복 헬멧을 뒤집어 쓴 채로 해변가에서 모닥불을 피우는 장면이나 헬멧 뚜껑을 열고 약을 먹으면서 산소통의 산소가 떨어져 간다고 걱정하는 장면은 그저 성의 부족으로 보였다.

중반 까지는 그럭저럭 이야기를 따라갔으나, 뒤로 갈수록 전개가 초점을 잃고 흔들렸고, 그 중심에 편협하게 그려진 [구색맞추기] 여자 인물이 있어서 좀 짜증스러웠다.

고요한 행성 First Spaceship on Venus
감독: 쿠르트 매치히 (Kurt MAETZIG), East Germany/Poland, 1959, 80min

과학자들이 고비 산맥에서 외계 우주선에 담겨 온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 장치를 발견하여 그 내용이 지구의 원소 정보를 담고 있음을 밝혀내자, 세계 인류(!)는 생명체를 찾아 금성으로 향하기로 결정한다. 소련 비행사를 대장으로 해서, 중국, 일본, 미국, 아프리카 등의 대표격인 비행사들이 모여 '코스모크라토'(cosmo + kratos라니!)를 타고 금성으로 출발한다.

영화를 볼 때는 '플라네타 부르그' 이후에 만들어진 작품이리라 생각했으나 나와서 확인하니 59년 작이라 놀랐다. 외계인의 메세지에 E=MC² 같은 말이 등장했을 때 웃었는데, 59년이라면 나름대로 최신 연구 결과의 반영 아닌가. :) 히로시마 원폭에 대한 얘기가 꽤 많이 나오고, 결론(?)도 금성인들이 핵폭탄으로 멸망했다는 것이다. 59년이면 원폭 투하 후 이십 년도 지나지 않았을 때라, 묘한 기분이었다.

음침한 금성 묘사는 '플라네타 부르그'보다 설득력 있었지만, 주인공들이 연설을 너무 많이 해서 선전 영화 같았다. 스타트렉 에피소드 같다는 느낌도 들었따.

특히 초기에 만들어진 동구권 SF영화들에서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신뢰, '발전 단계'의 최고봉에 선 문명인이라는 자신감, 지나치게 순진한 이상주의로 보이는 '세계 국가'와 '연합의 가능성' 에 대한 희망이 뚜렷이 나타난다. ('고요한 행성'은 심지어, 세계인민들이 손에 손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러나 70년대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꿈이 있던 자리를 상상했던 유토피아가 아닌 현실에 대한 희화화, 외면, 저항, 반성이 차지하는 것 같다. 동구권 SF를 지금까지 겨우 십여 편 본 사람으로서 성급한 결론일지 모르지만......손을 내밀면 꿈을 잡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묻어나는 대사를 듣고 있자면, 간지러우면서도 아련히 안타깝다.


도둑 맞은 폭탄 A Bomb was Stolen
감독: 이온 포페스쿠-고포 (Ion POPESCU-GOPO), Romania, 1961, 65min

반핵(反核) 메세지가 분명한 무성영화. 목요일에 본 세 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특히 엔딩이 간결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댓글 2개:

  1. 늦게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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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고맙습니다. 메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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