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14일 목요일

2005년 7월 14일 목요일 : 예술의 전당 11시 콘서트 / 앙리 까르띠에-브레송 展

11시 콘서트 프로그램

로시니 '윌리엄 텔' 서곡
베토벤 교향곡 제 6번 (전원) 3, 4, 5악장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제 2번 2, 3악장
비발디 '사계' 중 '여름'
그뢰페 '그랜드캐년' 모음곡 5번

지휘 : 서현석
협연 : Vn. 안동호, Pf. 유소영
연주 :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해설 : 김용배

'삼성 로즈 플래티늄과 함께하는 예술의 전당 11시 콘서트'였다. 이런 후원사가 붙은 공연은 대개 초대권으로 좋은 자리를 채우고, 그 때문인지 몰라도 청중 매너가 나쁜 경우가 많아서 - 달리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경험칙이다 - 꺼리는 편인데, 이번에는 어차피 까르띠에-브레송 전을 관람할 계획이었는데다 평소와 다른 오전 시각에 부담없이 음악을 들어 보고 싶기도 해서 호기심에 한 번 가 보았다.

로비에선 아침식사와 공연 세트 티켓을 산 청중들에게 빵과 커피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따뜻한 빵 냄새는 좋았지만, 수백 명이 먹고 마시고 떠들고 일행을 찾다 보니 너무나 시끄러웠다! 700석 이상인 공연이 거의 매진이었으니.

나는 곡 전체를 이어 듣는 편으로, 몇 악장만 떼어 연주하는 것은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들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갔으나, 뜻밖에 공연은 예상보다 훨씬 즐거웠다. '폭풍우'라는 테마를 두고 비발디(고전)부터 그뢰페(현대)까지 폭풍우를 묘사한 부분을 골라 연주하는 공연이었다. 각 곡 연주 전에 해설이 붙었고, 악장이 바뀌거나 표제가 전환될 때 마다 프로젝트로 표시해 주었다. 쇼스타코비치의 피협은 표제음악 사이의 숨고르기 삼아 넣었다 한다. 사계 연주 전에는 바네사 메이의 뮤직비디오(?)를 잠시 틀어 주었는데, 같은 부분을 곧장 비교해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해설이 유익하면서도 재미있어 해설자가 누구인지 찾아봤더니 예당 사장이자 피아니스트인 김용배 씨였다. '사장님'이 직접 나와서 이런 일도 하는구나, 하고 좀 놀랐다.

학생들이 몇 보였지만, 아직 본격적인 방학 시즌이 아니라서인지 어른 관객이 대부분이었다. 흥미롭게 진행되고 각 연주가 짧아,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숙제도 할 겸 해서 찾는다면 재미있게 듣고 배울 수 있겠다. 내가 학생 때 이런 공연을 좀 더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청중이 하도 많아 맹렬하게 기침하는 사람, 휴대폰을 벨소리로 해 놓은 사람, 합창석에 앉아 좀 큰 소리로 잡담하는 사람 등이 계속 있었던 점이 아쉽다. 어쩔 수 없는 걸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취소표를 기다렸다가 공연 전날 예매한 덕분에 두 번째 줄, 해설자 바로 앞 자리에 앉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공연을 본 뒤에는 '찰나의 거장 - 앙리 까르띠에-브레송 전'을 보았다. 일기를 미뤘다 쓰려니 그새 기억이 무디어져 감상 쓰기가 어렵다. 간단히 줄이자면 : 풍경 사진은 좀 어려웠고, 인물 사진은 한 장 한 장이 매우 인상깊어 몇 번이나 다시 돌아 보았다. 까르띠에-브레송의 작품인 줄 몰랐던 사진도 많이 있더라.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 동진님께서 초대권을 주신 덕분에 (고맙습니다) 전시 마지막 주에야 갔는데, 아아, 오길 잘 했어, 싶었다. 도록은 샀고, 포스터는 사고 싶었으나 마땅히 보관해 둘 곳이 없어 단념했다.

까르띠에-브레송 전을 보던 중에 재영이와 연락이 닿아 신촌에서 접선하기로 했다. 꾸벅 꾸벅 졸며 신촌에 가서 재영이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며칠 전에 QNA에 올라온 질문이 머리에 남은 때문인지 갑자기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무척 먹고 싶어졌다. 재영이도 저녁 식사를 하지 못할 터라, 한 상자를 사서 나 한 개, 재영이 두 개 먹고 나머지는 재영이가 동아리에 가져 가면 되겠다 싶어 12개 들이 박스를 사서 스타벅스에 들고 갔다.

조희룡 산문집을 읽으며 도너츠를 먹었다.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나. -_-

게다가 재영이와 얘기 나누면서 두 개를 더 먹고 말았다. 총 여섯 개를 먹고 나니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재영이도 세 개 먹고 나니 처음 계산과 달리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 "이거라도 가지고 가서 나눠 먹어." "그런데 이만한 상자에 열어보니 세 개라니 좀 그렇다, 그치?" "응, 열어보면 무지 황당하겠다." 결국 재영이는 다른 빵을 담아왔던 작은 봉지에 도너츠 세 개를 담아 갔다.

재영이는 8월 초에 출국한단다. 휴학하면 마산에 있을 예정이라니 다음 학기에는 얼굴 보기 어렵겠구나. 애써 준비해서 가는 만큼 많이 배우고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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