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16일 토요일

2005년 7월 16일 토요일

























승민오빠와 몇 달 만에 만나, 이대 근처의 회전초밥집 '이코노스시'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원래는 선릉 근처에 있다는 승민오빠가 추천하는 초밥집에 가기로 했으나, 오빠에게 다른 일정이 있기도 하고, 나도 이대 쪽이 집에서 훨씬 가까워 저녁 시간이 다 되어 약속 장소를 옮겼다.

'이코노스시'는 상호 그대로, 저렴하고 갈 만한 음식점이었다. 탁월하단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맛이 기본선에 충실하고 가격이 낮은 편이라 부담 없이 갈 만 했다. 게다가 집에서 가깝기도 하여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과일까지 배불리 먹은 후 찻집 티앙팡에 가서 차를 마셨다. 나는 트와이닝 얼그레이, 오빠는 드래곤 어쩌고 하는 프루트 인퓨전과 우유 푸딩. 티앙팡 점장님(?)은 차를 참 능숙하고 예쁘게 타셔서,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마주보고 앉아서 꾸벅 꾸벅 졸다가, 아홉 시쯤 헤어졌다. 진오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왔기에 전철역에서 되걸어 봤는데, 마침 홍대 근처에서 늦은 저녁을 드는 중이란다. 동생까지 함께 있다니 웬일인가 싶어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만나러 갔다. 중학생 내지 고등학생 즈음에 마지막으로 만난 후 처음으로 다시 본 진오 동생은, 그새 보조개가 귀엽게 쏙 들어가는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진오가 제대 후 복학하여 살 집을 알아보러 함께 올라왔단다.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진오를 괴롭힌 후(뻥) 하겐다즈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진오가 복학한다니 기쁘다. 버스로 겨우 십오 분 남짓한 거리에 살면서도 1) 내가 고시생이었고 2) 진오가 마산에서 군(?)생활을 하는 바람에 거의 만나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는데, 이번 학기에는 자주 만날 수 있음 좋겠다.


녹차 아이스크림과 라스베리 소르베(둘 다 무척 좋아한다.)

이렁저렁 얘기하다 보니 열시 오십 분 쯤에 집에 들어갔다. 남은 아이스크림을 들고 신이 나서 걷고 있는데, 아파트 단지 초입에서 주차된 승용차 뒷좌석에 탄 이상한 아저씨가 손을 쑥 내밀더니 치마 위로 담뱃불을 탁 턴다. 당황해서 쳐다보니 시비가 걸고 싶어 근질근질한 얼굴로 빤히 마주보며 피식 웃더라. 기겁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집까지(래봐야 겨우 일이 분 거리였는데!) 정신없이 걸어왔다. 평소에는 주차된 차에서 한두 걸음 사이를 두고 걷는 편인데, 좁은 길인데다 어둡지도 않은 집 근처라고 방심하다가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너무 무서웠다. 밤엔 길도 걷지 말란 말이냐! 대체 안심하고 살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진정하고 나니 화가 나기보단 슬프고, 좀 비참했다.

댓글 2개:

  1. 미친 똥개를 피해 다녀야 된다고 해서 피하는 사람이 비참한 건 아니니까요. 기운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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