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9일 목요일

2007년 8월 8일 수요일

오전에는 수업을 들었다. 런던에 다녀온 이후로 기상시간이 늦어졌다. 피로가 채 풀리지 않았는지 어깨도 뻐근하고.....하지만 3주차에 접어든 때문인지 말이 통하는 영국에서 며칠 보내고 와서인지 (행복했어. ㅠㅠ)독일어로 생활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은 많이 줄었다. 쉬는 시간에 사무실에 가서 다음 주 수요일의 국회의사당 관람에 대해 여쭈어 봤는데, 남자 직원 분이 콘서트는 재미있었냐신다. 주인 아주머니가 놀라서 "학생이 사라졌어요!"하고 학원에 전화했었다는 얘기를 하시는 걸 보니 전화를 받았던 분이신 가 보다. 아이고.;

이제 날씨가 굉장히 덥다. 하지만 기온 차 때문인지 바람이 불어서인지 계속 콧물이 났다. 휴지를 가지고 있지 않아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까지 훌쩍거리면서 걸었다. 집 바로 옆에 있는 종이가게에 편지봉투를 사러 들어갔는데, 겉으로는 귀여운 어린이 책/공책을 파는 분위기였던 가게 안에 뜻밖에 멋진 노트와 앨범, 포트폴리오가 가득했다! 여러가지 하드커버,소프트 커버 노트들과 다양한 크기와 재질의 색지와 앨범, 직접 디자인 할 수 있는 카드 만들기 재료 등 온갖 종이로 만들어진 것들이 잔뜩 있어서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콧물 때문에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일단 원래 목적이었던 봉투만 골랐는데, 계산대의 언니가 나에게 휴지를 내밀며 쓰겠느냔다. 고맙게 받아서 코를 휑 풀고 괜히 날씨 탓을 했다. 본격적으로 구경하고 노트를 고르러 다시 가고 싶은데(정말 바로 두 집 옆이다) 이 콧물 사건 때문에 어쩐지 쑥스러워서 내일 당장은 못 가겠다. 다음 주에 가야지. 집에 와서 찾아보니 홈페이지도 있는 가게더라.

오늘 학원에서는 내셔널 갤러리를 가지만 나는 집에 있기로 했다. 집에 와서 학원 쉬는 시간에 샀던 달디단 빵을 먹고, 인터넷을 좀 한 다음 슬슬 나가야겠다 싶어 챙기는데 -또 물도 우유도 없다. 역시 혼자 살면 식사가 가장 큰 문제다-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뭐, 이제는 이 정도에 놀라지 않아. - _) 피곤하기도 해서 창문을 닫고 한 시간 반 정도 잤다. 잠결에 천둥 소리가 여러 번 들렸다.

자고 일어나니 다섯 시 반 쯤이다. 비도 그쳤다. 장바구니를 들고 윈스터 가의 카이저에 가서 휴지, 물, 우유, 빵, 샐러드, 스프, 삶아먹는채소, 그리고 무알콜 맥주를 샀다. 독일에 왔으니 맥주도 마셔 봐야지. 독일에서는 물보다 맥주가 싸다는 얘기도 있던데 어떤 물이고 어떤 맥주냐 따라 다르다. 맥주가 더 비싸지는 않고, 그냥 대충 비슷하다. 무알콜 맥주가 모여 있는 선반에서 한 병 골랐다. 그리고 페트병 보증금 받는 방법도 알아냈다. 지금 방 구석에 페트병이 일곱 개 있는데, 열 개 채워서 가져 갈까나.

사실 내일 밤에 단찌거 가(Danziger Str.)에서 학원 파티가 열린다. 밤 8시부터 늦게까지 할 모양인데, 나는 아직 참석 여부를 결정 하지 않았다. 집에서 무척 가깝고 나간다면 사람들과 조금 더 이야기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다들 독일어가 아니라 스페인어를 쓰리라는 확신(;)이 들고 8시 시작이면 해가 지고 나서 귀가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만약 오늘 밤-내일 낮 사이에 C사 원고를 다 한다면 그래도 한 번 가 보고, 아니면 집에서 계속 일해야지. 참석할 경우를 생각해서 이 맥주를 샀는데, 생각해 보니 병맥주는 따면 한번에 다 마셔야 하는 건가? 만약 파티에 안 가서 남으면 어떻게 보관하지?;; 원래 맥주는 한번에 일 리터 씩 마실 수 있는 종류의 음료인가?;

저녁으로는 방금 사온 샐러드를 먹은 다음 토스터에 버터식빵을 가볍게 구워 우유와 함께 먹었다. 나의 채소 섭취량을 걱정하시는 어머니를 위한 인증샷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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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고 드레싱과 포크까지 포함된 훌륭한 샐러드. 열어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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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할 일은(날씨가 좋을 경우) 1)시내에 나가서 샌들 사기 2)라이제젠트룸에 가서 베를린 중앙역-체코 프라하 구간 기차표를 독일어로 알아보고 구입하기 이다.

댓글 1개:

  1. 어쩐지 은근히 미소가 지어지는 글이네요. 역시 제이님은 글을 맛있게 쓰신다니까요. (웃음)

    음, 무알콜 맥주는 잘 모르겠지만... 보통 맥주는 한 자리에서 1L 이상 먹는 음료랍니다. :-) 혹시 술자리에 가보신 적이 있다면, 1000cc 라고 얘기하는 게 1L니까요.

    한데 무알콜 맥주란 정말 알콜이 전혀 안 들어가는 거에요? 'ㅅ' 맛이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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