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3일 목요일

2007년 8월 22일 수요일

학원에는 나, 세실리아, 바바라 세 명 밖에 안 왔다! 어제는 네 명이었는데, 갈수록 줄어든다고는 해도 너무 심하잖아......늘 성실한 마리나가 어제 몸이 좋지 않다고 하더니 오늘 오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쉬는 시간에 캄프에서 우리 셋이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데 나타났다. 컨디션 난조로 고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쉬는 시간 이후에 마리나, 알바, 이자벨, 안나가 왔다.

오늘은 날씨가 참 이상했다. 아침부터 비가 제법 내렸고, 쉬는시간에는 커피를 마시는데 비가 점점 많이 오더니 교실에 다시 들어갈 때가 되자 천둥번개까지 쳤다. 하지만 오후가 되니 해가 쨍쨍하고 덥다.

쉬는 시간에 얘기를 하던 중, 바바라가 80% 다크 초콜릿을 꺼내 먹겠냐고 하기에 한 조각 먹고, 초콜릿을 좋아하느냐고 물어 봤더니 무척 좋아한단다. 그래서 오후에 다른 계획이 없다면 DDR 박물관 옆에 초콜릿 카페가 있으니 박물관 단체관람 시각보다 같이 초콜릿 한 잔 하지 않겠느냐고 데이트 신청(?)을 했다.

그래서 오후에는 카카오 샴파카에서 바바라와 아이스 초콜릿을 마시며 얘기를 했다. 아아, 이국 땅에서 데렉 저먼의 [비트겐슈타인]의 연출에 관해 이야기 할 사람을 만나다니 이것은 기쁨을 넘어 감동이로세. ([비트겐슈타인]은 독일 감독의 영화지만 DVD 출시가 안 되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바바라는 데렉 저먼의 단편 영화까지 봤더라.) 바바라가 예전에 음악 방송국에서 일한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들어 보니 자신도 미술을 전공하고 미디어 아트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조금씩 작업도 하고 있단다. 지금 바바라가 하고 있는 작업에 참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제작이 아니라 촬영 대상으로. 영화 외에도 여러가지 책이나 베를린의 생활, 밀라노와 서울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갔다. 김기덕 감독 얘기를 하고 있는데 세실리아가 지나가다가 우리를 보고 약속 시간 지났다고 알려 줬다. 그래서 서둘러 넷이서 (세실리아의 어머니도 동행) DDR 박물관에 갔다.

박물관은 무척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북한과 비교하게 되기도 했고, 학원 선생님 중 구 동독 출신인 톰이 전시물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고, 실제로 자신의 생활담도 들려 주셔서 (통독 당시 19살이었단다) 더 흥미로웠다. 독일어 설명이라도 본인이 독일어를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보니 천천히 설명해 주면서, 잘 못 알아 들으면 더 쉬운 단어로 다시 말씀해 주셔서 좋았다.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샴파카에서 쌀이 들어간 다크 초콜릿을 하나 사서 트램을 타러 가면서 먹었다. 집에 오는 길에는 아사로의 책을 읽다가 한 정거장을 놓쳐서 도로 걸어 왔는데, 초콜릿 덕분에 힘도 나 있었고 오늘 하루가 즐거웠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집에 오니 주인 아주머니가 어제 구워서 식혀 뒀던 초콜릿 케이크를 가리키며 먹고 싶을 때 잘라 먹으라신다. 사실 어제 굽는 걸 봤을 때부터 맛있어 보여서 헤-하고 있었기에 좋아요, 좋아! 하고 밀크초코 코팅과 다크초코 코팅을 한 조각씩 잘라 레몬민트차와 같이 먹었다. 본 대로 맛있더라.

오늘은 바바라 선생님과의 마지막 수업 날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준비해 간 연날리기 책갈피를 선물로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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