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일 수요일

2007년 7월 31일 화요일

어제는 열한 시 쯤 되어서 잠들었다. 새벽, 일어나기 직전에 무척 인상적인 꿈을 꾸었다. 중국 한 말기와 이집트 클레오파트라 시대가 섞인 듯한 고대 왕국이 배경이었다. 왕국은 융성했고 화려했으며(왕궁에 고전적인 양식의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시녀들이 음식을 왕족과 마주치지 않으며 엘리베이터로 나를 정도였다) 왕과 왕비는 드높은 황금 왕좌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큰 전쟁이 있었다.  적의 대군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기 상황, 왕은 눈 먼 예언자 무리를 궁으로 불러 예언을 요구했다. 허름한 옷을 입고 낡은 수레를 탄 에언자들이 화려한 궁에 들어와 왕과 왕비의 아래에 서서 예언을 했다.

그 예언의 내용이 '왕비는 재가 되고 조연출(정말 꿈속에서 조연출이라고 했다. 제 2 시종장 정도의 사람을 의미했는데, 꿈 꾸는 와중에 시종장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났다;;)이 그 재를 폐허에 뿌린다'였다. 왕은 그 예언이 왕국이 전쟁에서 패해 멸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크게 노해 물러가는 예언자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했다. 그런데 옆에 앉아 있던 왕비가 '우리가 패했다면 2시종장이 나의 유해를 수습할 리가 없다. 멸망의 위기라면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아들이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터이지 낮은 신분인(왕족이 아닌) 2시종장이 그렇게 오래 살아있을 리가 없으므로 저 예언은 나라의 패배가 아니라 단지 나의 죽음을 말한 것이므로 예언자들을 죽이지 말라.'고 말했다.

왕이 신과 같은 지위에 있는 시대, 자신의 죽음과 나라의 멸망을 분리해서 생각하며 내가 평민들보다 먼저 죽을 리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왕비의 절박한 오만함이 대단히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그 얼울이 일어나서도 잊혀지지 않았다. 왕국은 대패해 멸망했고 화려했던 왕성은 폐허와 잿더미가 되며 한 시대가 끝났다. 이 이야기는 음식 나르는 엘리베이터에 숨어서 살아남은 한 시녀에 의해 전해져 역사가 되었다.

이런 스펙터클한 꿈을 꾸고 일어나 학원에 갔다. 어제 먹을거리를 아무 것도 못 사 왔기 때문에 집에 아침으로 먹을 음식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학원 앞 빵집에서 커피와 초코크로와상, 초코도너츠를 테이크아웃해 학원 라운지에서 먹었다. 벽에 반 편성 배치표가 걸려 있었는데, 우리 반 학생 수가 가장 적어서 (여섯 명!) 기뻤다. 2층 교실에 올라가 보니 어제의 초미인 롱다리 아가씨, 마리나가 있었다. '어? 우리 같은 반이야? 솔직히 네가 나보다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진심)라고 하자 사실 자기도 그렇게 생각했단다. 다들 비슷한 심정인가봐-했다. 우리 반도 역시나 나 빼고는 모두 스페인 출신으로, 마드리드 두 명, 바르셀로나 한 명, 마드리드 옆 도시 한 명이다. 같은 스페인이라도 생김이 참 다르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스페인어를 쓰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오늘 수업에서는 두 명씩 짝을 지어 서로에 대해 묻고 답한 다음,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이게 자기 파트너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쓰기 수업으로 평서문의 특정 단어를 묻는 문장을 만들고 각자 자기가 경험한 일/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디즈니랜드에서 일했던 사람이 둘이나 있었고, 다른 나라에 가 본 적 없는 사람은 나 뿐이었다. 어제 있었던 도난사고를 외운 대로 이야기해 볼 기회여서 열심히 말했는데, 몇가지 틀린 부분을 고칠 수 있어서 기뻤다.

집에 와서는 서울로 연락을 했다. 그런데 어제의 악당이 비자카드를 가져간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자그마치 650유로 이상을 결재했단다! 신용카드는 타인이 쓰기 어렵기 때문에 대체로 훔쳐 가도 버린다고 들어서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너무 큰 액수가 나가서 어질어질했다. 털자마자 길 건너 카데베 1층에 가서 오메가라도 산거야?

어쨌든 날씨는 계속 춥고 비가 왔다. 어제 갔던 H&M에 가서 새미와 골라 놓았던 후드티와 봄가을에 어울릴 법한 깔끔한 니트를 한 벌 샀다. 어제 봤던 옷을 바로 갖고 나왔는데, 집에 와서 입어보니 약간 작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수요일에 다시 입고 다녀 보니 살짝 늘어났는지 괜찮았다) 옷을 사고 쿠담 근처에 카이저가 있기에 들어가서 빵, 꿀요거트버터(라고 쓰여 있음), 체리토마토를 사서 집에 돌아왔다. 참, 낮에 주인 아주머니에게서 배낭도 받았는데, 물건들이 모두 무사히 들어 있었다.

오늘의 지출
아침식사 3,30
옷 36,70
슈퍼마켓 4,56
배낭 운송비 21,00
학원비 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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