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3일 금요일

2007년 8월 2일 목요일

또 방에 모기가 들어와서 잠을 설쳤다. 꿈자리도 사나웠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모기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자려고 애쓰다가, 추워서 잠결에 양말을 찾아 신었다.

아침으로 어제 사온 또 다른 5분 인스턴트 스파게티를 먹었다. 어제 토마토 소스가 짰기 때문에 오늘은 크림소스에 도전했다. 어제 것 보다는 맛있었는데, 이 인스턴트 스파게티 도전을 계속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세 가지 먹어 봤으면 됐다.; 아직 아무도 안 일어난 것 같아 부엌 문을 닫고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갓 일어난 얼굴로 부엌에 들어왔다. 이미 완전히 깨 있던 내가 별 생각 없이 모르겐, 하자 사람이 있을 줄 생각을 못 하셨는지 엄청나게 놀라셨다. 그런데도 모르겐,이라고 하면서 화들짝 놀라다니 역시 생활습관이란 굉장하다.

오늘은 월화수와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원래 월화수/목금 선생님이 다른데, 한 사람이 일 주일 내내 가르치면 힘들기 때문이란다. 오늘은 동사의 과거/현재완료형을 주로 공부했다. 그런데 월화수 선생님과 달리 목금 선생님인 마티나는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아서, 내게는 상당히 곤란했다. 스페인인 학생들은 선생님의 독일어 설명을 못 알아들으면 서로 스페인어로 얘기하곤 한다. 그런데 마티나는 학생들의 말을 알아 듣고 그냥 그게 맞다고 해 버린다. 그러면 나 혼자 계속 모른다.; 점점 짜증이 나서 항의하려고 결심할 때 쯤, 마티나가 나의 짜증을 눈치챘는지 다른 학생들에게 나에게 설명해 주라고 하더라. 마리나와 알데모나가 영어로 가르쳐 줬다. 어제 숙제 하다가 영독사전을 책상 위에 놓고 나왔기 때문에 더 불편했다. 그 뒤에도 딱히 내가 스페인어를 몰라서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일은 없었지만, 스페인어와 독어를 아는 사람만 알아듣는 농담에 나머지 6명이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관조(-_-)하며 수업을 듣고 나니 수업 마칠 때 쯤에는 굉장히 피곤했다.

오늘 학원 오후 프로그램은 발리볼 또는 독일의 메가히트 영화 '발코니에서의 여름' 시청이었다. 원래는 운동 하기는 싫으니 독일 사람들이 다들 얘기하는 저 영화나 볼까 했었다. 독일어 음향에 독일어 자막이다. 참, 독일에서는 영화에 모두 더빙을 한다. 해리포터 같은 미국 영화들도 예외 없이 더빙으로, 더빙 안 한 영화를 보려면 소니센터 같은 곳을 일부러 찾아 가야 한다. 그런데 폴란드에서는 더빙을 하기는 하는데 원 음향을 없애지 않고 한 사람이 대사를 다 읽는 것을 겹쳐 틀어준단다! 즉 해리포터라면 헤르미온느의 영어대사+영어음향+다큐멘터리 성우같은 중후한 저음 번역이 동시에 들린다. 정말 헷갈릴 것 같은데 폴란드 사람들은 적응 되면 그게 이해하기에 더 편하다고 말한다니 참 신기하다.

어쨌든 오늘 오후 프로그랭이 둘 다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쉬는 시간에 마리나와 루이스(같은 반의 스페인 남학생), 알데모나가 목요일에는 베를린의 내셔널 갤러리 등 몇 군데 미술관/박물관이 밤 10시까지 하니까 자기들은 미술관에 갈 생각이라고 하더라. 같이 가면 재밌게 볼 것 같았지만, 수업이 끝나니 피곤하고 식은땀이 나서 집에 가서 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지난 며칠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는데다 베를린에 온지 이제 일 주일이 넘었으니 건강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 그냥 곧장 집으로 갔다.
 
집에 오는 길에 애플파이와 굉장히 달아 보이는 설탕 코팅된 파이를 샀다. 아침에 집 열쇠를 책상 위에 두고 나와서 벨을 눌렀다. 마인 슐뤼스 이스트 임 찜머. ㅠㅠ 우유 두 잔을 곁들여 달달한 빵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낮인데도 왜 이렇게 추워! 베를린은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지는데, 우리와 달리 오후 4시 정도가 가장 따뜻한 시각인 듯 하다.

어쨌든 한두 시간 정도 설잠을 잤다가 일어나 카데베에 가서 지난 주에 새미가 못 샀던 초콜릿을 대신 샀다. 원래는 월요일에 새미가 친구들 선물로 사려던 것이다. (내 옷과 이것 때문에 쿠담에서 만났었다) 내 지갑 도난 때문에 일정이 틀어져서 새미가 카데베에 아예 가지도 못하고 공항으로 바로 나가게 되자, 내가 사서 금요일에 주겠다고 했었다. 누구나 무난하게 좋아할 만한 밀크 초컬릿이나 견과류가 든 초컬릿을 부탁하기에 카데베,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토어 등이 쓰인 정말 관광지 기념품 같은 초컬릿을 골랐다. 그래도 맛있겠지. 그리고 어제 살까 말까 하던 민소매 옷을 샀다. 한 번에 결정을 안 해서 두 번 움직여야 했다. 이제 더웠다. 저녁으로는 집에 오는 길에 알렉산더 광장에서 아시안 누들 박스(닭고기와 면, 숙주, 파인애플 등)와 코카콜라를 사서 TV탑 근처 벤치에 앉아 먹었다. 따뜻하고 고기라서; 좋았다.

오늘의 지출
점심식사 1,90
초컬릿 12,01 (8,03 + 3,98)
옷 14,27
저녁식사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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