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1일 토요일

2007년 8월 10일 금요일

벌써 8월 10일이다. 어제 밤 열두 시까지 분투했으나 C사 원고가 잘 풀리지 않았다. 결국 새로운 글을 쓰기로 마음 먹고 자기 전에 새 글의 시작 부분을 고심했는데, 그 영향으로 일찍 잠에서 깼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NG 장면 반복처럼, 새벽에 꿈 속에서 소설의 도입부가 되풀이되었다. 생각해 두었던 도입부를 한 가지 방식으로 전개했다가 중간에 아니야, 하고 대사를 바꾸거나 시점을 변경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식으로 주인공들이 식탁 앞을 떠나지 않았다. 실제로 침대에서 일어난 시각은 여덟 시가 조금 지나서다.

아침으로는 시리얼 요리를 먹었다. 수업 시간에 맞춰 학원에 갔는데, 아홉 시 반에 교실에 올라갔건만 학생이 한 명도 없다. 혹시 어제 밤에 파티에서 다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수업 시작 시간이 바뀌었나 하고 순간 고민했다. 독일 식으로 생각하면 그럴 리 없지만 스페인 학생이 대부분이라 예측하기 어렵다. 참, 어제 일기에 쓰는 걸 까먹었는데, 말하기가 무섭게 일어난다고, 어제 세실리아가 교실에 커피 종이컵을 갖고 들어왔다. 금요일이라서인지 다들 슬렁슬렁이다. 아홉 시 오십 분 정도가 되어서야 대충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학생이 모였다.

알무데나가 내일 스페인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엽서를 쓰고 싶다고 하고 연락처를 받았다. 내 연락처도 주었다. 다른 학생들은 대부분 코스 끝까지 있는 것 같다. 쉬는 시간에는 카페에 카페라떼와 애플파이를 사러 가서 세실리아와 이야기를 했다. 세실리아는 영화감독을 목표로 하여 영화이론을 공부하고 있는 스페인 대학생이다. 한국에서 독일까지 오는 것은 스페인에서 오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지 않느냐고 묻기에 열한 시간 걸렸다고 하니 끄엑, 한다. 세실리아는 정말 사랑스럽고 에너지가 넘치는 타입으로, 누구나 웃으면서 대할 만한 명랑하고 밝은 느낌을 갖고 있다. 특히 독일어로 말하다가 잘 생각이 안 날 때면 그 답답함을 온몸으로 격렬하게 표현하는데 굉장히 귀여워서......사실 벤치마킹 하고 있다.

집에 와서는 토스트에 허니버터를 발라 먹고 콜라를 마신 후 원고를 시작했다. 아침에 NG를 많이 낸 덕에 도입부까지는 쉽게 풀렸는데 다음부터가 문제다. 중간에 일어나 프라하 행 배낭을 싸고 6시쯤 부엌에 들어가 뭘 먹을까 고민하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샐러드를 잔뜩 만들었는데 훈남아들이 안 들어왔다며 샐러드를 좋아하는지 묻는다. 아, 좋지요! 하고 얼씨구나 먹었다. 파스타, 오이, 양치즈 등이 들어간 끼니형 샐러드인데 참 맛있다. 든 재료도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고. 이번에는 내일 프라하에 간다고 미리 말씀드렸다. 더 먹고 싶으면 가져다 먹으라고 하셨으니 또 갖다 먹어야지. 정말 엄청 많더라.

내일은 학원 수업이 없으니 아무리 오래 걸려도 오늘 밤에 원고를 다 하고 자야지.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책임질 수 있는 글을 내놓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료를 받는 글인 경우 그 부담이 당연히 훨씬 크다.  

댓글 5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
  2. 잘지내고 있니? 파란만장한 독일생활을 하는것 같구나^^ 건강하게 잘지내라. 신림동이모^^

    답글삭제
  3. @예쁜손 - 2007/08/14 23:00
    앗, 이모, 안녕하세요! 저는 정말 재미있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벌써 열흘 뒤면 한국에 돌아간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아직 해 볼 일이 정말 많은데....ㅠ_ㅠ 돌아가서 뵈어요!

    답글삭제
  4. 언니, 즐겁게 잘 지내고 계신지요?

    미연이에게 출국하신 얘기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쯤은 슬슬 돌아올 채비 시작하셨는지도 모르겠어요.

    분명 많은 걸 보고 배우셨겠지요. 부럽네요>_<

    모쪼록 돌아오실 때까지 건강 유의하시고,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오세요^^



    '파스타, 오이, 양치즈가 든 끼니형 샐러드' 부러워요 ㅋ

    답글삭제
  5. @아란 - 2007/08/24 00:41
    응, 많이 배우고 가요 무엇보다도 독일어가 획기적으로 늘어서 굉장히 기뻐! 하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금세 잊어버릴까봐 걱정이기도 하다오.



    맛있는 건 실컷 먹었지! 이곳은 감자와 초컬릿의 나라!(아니다) 그런데 로넨펠트 홍차는 못 구했어요. 쇼핑에 서툴러서인지 파는 곳조차 못 봤어.;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