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9일 수요일

2007년 8월 29일 수요일

어제 밤에 다섯 시간 동안이나 가방을 싸느라 고생했는데, 아무리 해도 가방에 다 안 들어갈 뿐 아니라 무게도 너무 무겁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책만 거의 다 꺼내 따로 무게를 달아 보았더니 9kg정도 된다. 뭐야, 처음부터 불가능한 태스크였잖아!-_- 허탈해 하며 국제우편 비용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우편보험을 독일어로 어떻게 신청하는지 찾아 본 다음 열두 시 조금 넘어 잠들었다.

늦게 잠들었는데도 일곱 시 반 쯤 일어났다. 다시 조금 더 자려고 했으나 왠지 잠이 오지 않았다. 어제 먹다 남은 과일을 먹고 아침 9시쯤 우체국에 갔다. 소포 상자를 샀는데, 우리나라 것과 달라서 설명을 읽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설명대로 하면 상자가 망가질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자니, 어떤 부인이 다가와 도와줄게요, 하고 상자를 척척 뜯어서 조립해 준다. 고마워용 하고 상자 두 개에 책을 나누어 넣어 선편으로 집에 부쳤다. 직원 분이 선편이면 오, 육 주는 걸릴 텐데 괜찮느냔다. 잊어버릴 때 쯤 되면 오겠지.

출국시에 시간이 부족해 고생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일찍 출발했다. 주인아주머니가 1층까지 큰 가방을 들어다 내려 주셨다. 공항에 도착하니 겨우 열한 시 반이다. 세 시 프랑크푸르트 행 비행기인데, 너무 빨리 왔구나!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기다리다가 빵집에 가서 피자와 커피를 먹고 돌아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환승하는 승객들이 있어서인지 한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데, 옆에 앉은 중년 한국인 분들의 대화가 들린다.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교회를 다니지 않는 중년 부부(대화내용 상 사회과학자로 추정)'를 '전도사님과 교회신도분들'이 성령에 충만한 마음으로 설득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은혜를 아직 입지 못한 분'이 상당히 짜증스러울 상황에서도 점잖게 대응하셔서 감탄했다. 인격자로세. 하지만 나는 얼른 두 자리 옆으로 옮겨가 못 알아듣는 척 하며 영국 소설책을 한 권 꺼내들어 읽었다.;
 
나중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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