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31일 화요일

2004년 8월 31일 수요일 : 요엘 레비 초청 서울시교향악단 특별연주회

프로그램: 말러 교향곡 2번
지휘: 요엘 레비
소프라노: 헤롤린 블렉웰 / 메조소프라노: 페트라 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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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의 말러 2번 공연에 다녀왔다. 원래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악장님이 잘 보이는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나, 8월 중순에 접어들고 보니 공부를 하느라 지구를 지키느라 평일 저녁에는 시간을 내기 힘들 것 같아 예매를 취소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시향카페에서 초대권을 준다기에 이렇게까지 기회가 있었는데도 안 가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결국 일찍 독서실을 나섰다.

세종문화회관이 재개관한 이후 처음으로 2층에서 공연을 들었다.(사실 2층일 줄 알았으면 원래 표 취소하지 말 걸, 하고 조금 후회했다. 악장님이 안 보였어! 이게 뭐야! ㅠ_ㅠ)

각설하고, 서울시향의 말러 2번에 대해 말해보자. 우선 1악장, 시시했다. 정말로 시시했어. 세상에 말러 2번이 시시할 수도 있다! 너무 당혹스러워서 멍하니 앉아 있다 보니 악장이 끝났다. 해석이나 연주만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 감성이 부족한 실망스런 악장이었다. 2악장의 시작은 괜찮았다. 말러 2번의 2악장 도입부를 들으면 말러가 정말 괴상망측한 감성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2악장 후반으로 갈수록 실수가 잦아지고 결정적인 '삑사리'까지 나서 당혹스러웠다. 관객들이 2악장 끝나고 박수를 쳤다. -_- 그 다음부터 지휘자는 지휘봉을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흔들어 악장 사이에 박수칠 틈을 주지 않았다. 실망스러웠던 1, 2악장에 비해 3악장부터는 아주 괜찮았다. 호흡을 고르는 데 시간이 걸렸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교향악단을 상시에 살필 상임지휘자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자꾸 흔들리는 걸까. 하반기 정기공연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여전히 매번 지휘자가 다르다.

악장님의 연주야 두말할 나위 없이 좋았고, 메조소프라노 페트라 랑의 노래가 매우 감동적이었다. 곡의 감동을 그대로 실은 목소리가 듣는 이의 가슴을 울렸다. 소프라노 헤롤린 블랙웰도 합창단과 함께 시작하는 부분에서 강약 조절을 잘 했고 특별히 흠 잡을 데 없는 소리를 들려주었지만, 노래만 놓고 본다면 랑이 압도적으로 인상깊었다. 이 사람의 음반을 구해 보고 싶을 정도. 따로 알토나 바리톤을 세우지 않았으나 힘이 제대로 실린 남성 합창단의 노래 역시 뛰어나서 4악장과 5악장을 살려냈다.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연주가 흐트러질까 걱정했는데, 한두 번 민망한 실수가 있긴 했어도 이만하면 만족스러운 연주라고 할 만 했다. 옆자리에 앉았던 시향카페 운궁님은 눈시울이 붉어져서 나오시더라.

로비에서 아란양을 만나 잠깐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댓글 2개:

  1. 재개관한 뒤에 안가봐서 어떻게 바뀌었나 모르겠지만 지구는 최소한 2시간 이상 위험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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