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극장에서 조조로 '늑대의 유혹'을 보았다. 개봉 당시만 해도 전혀 볼 생각이 없었는데, 모님(환상문학웹진 거X의......)께서 강동원이 너무너무 예쁘다며 몇 번이나 보시기에 호기심이 생겨 상영이 끝나기 전에 한 번 가 보았다.
결론: 왜 몇 번이나 보셨는지 이해했음. -_- '강동원의 유혹'이라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조한선은 돋보일 법한 역이었는데 안타까울 만큼 완전히 묻혀 버렸다.
이하 감상-스포일러
가벼운 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뒤쪽 십여 분 분량만 잘라냈으면 상큼하고 귀여운 하이틴 로맨스가 되었을 텐데 - 적당히 심각하고 발랄하고 귀여운 고등학생들이 등장하는 앞 부분은 꽤 즐거웠다- , 그냥 웃으면서 보기 힘들 만큼 엔딩이 형편없었다.
티브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쉬이 죽인다는 얘길 듣기는 했어도 실제로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다 보니 - 파리의 연인은 네 회인가 보고 결국 그만 두었다. - 면역이 없었는데, 이거야말로 죽음으로 상황을 봉합하고 감정을 분출하는 안이한 결말의 전형이 아닐까 싶다. 내용상 꼭 필요하지도 않고, 그저 비감을 돋우기 위해서라기에는 위험해 보일만큼 비현실적인 낭만으로 덧칠한 죽음이라니! 나는 죽음이 진심으로 두렵다. 그래서 귀여운 주인공의 이복누나를 향한 이루지 못한 사랑만 보고 슬퍼하며 영화관을 나선 다음 '그 멋진 강동원'이야기를 하며 웃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내가 영화의 엔딩에서 본 것은 여고생들이 선망하는 로맨스 히어로가 아니라 불륜으로 태어나서 부모도 없이 고생만 하다 아무 것도 못 해보고 죽어버린 십대 사내아이이기 때문이다.
귀여니가 어떤 글을 쓰든 나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통신체를 쓴다는 것만으로 무자비한 비판의 대상이 되어도 좋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의 결말도 이렇다면, 그는 자신이 쓴 결말에 내재한 비극의 깊이를 읽어내지 못하는 수준의 작가일 것이다. 그것이 십대의 감성일까? 대중 영화의 감성일까? 대중의 감성일까?
영화를 본 후
카페 뎀셀브즈에서 재영이와 베이글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재영이는 한 시쯤 예배를 보러 먼저 자리를 떴고, 나는 창가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며 인터넷을 하고 있다. 날씨가 좋기 때문인지, 재영이 말처럼 다들 교회에 갔는지 msn에 사람이 몇 명 없다. 한가하고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 원고나 고치자.
덧붙임: 나에게 있는 원고가 최종고가 아니다! 아니 이게 대체......내 원고 어디 갔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소설의 결말은 다르죠.
답글삭제정성일씨는 그걸 귀여니를 어른 영화감독들이 이해하지 못한 까닭이라 하더이다.
그럴까요? --;
어쩐지 부끄러워요. ㅠ_ㅠ
답글삭제caliban/ 그럼 역시, 그 결말은 강동원씨를 총애한 감독이 강동원씨가 주인공이자 이야기의 기둥임을 확실히 못박기 위해 넣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
답글삭제진아/ 에에, 강동원씨는 정말 깔끔하고 예뻤어요. 전반부 분위기로 계속 나갔다면 저도(;) 또 보고 싶었을 것 같은 걸요.
저도 그런 부분은 별로 의식하지 않고 봤습니다만, '이게 대중의 감성인가?'하는 부분에선 생각나는 바가 많군요. 국산 로맨스나 코미디 영화/드라마 다수가 상큼발랄하다가도 마지막엔 신파로 흐르는 이유가 과연 대중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감독들이 그래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인지... 어느 쪽일까요? 전 아무래도 후자 쪽일 것 같은데 시청률이니 박스 오피스니 하는 결과를 보면 그게 아닌 것도 같고 말이죠.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