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내내 골골 앓는 나를 걱정한 어머니께서 저녁으로 카레를 만들어 주셨다. 맛있는 카레와 맛있는 딸기, 샐러드를 배불리 먹었다. 잠시 후에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태우러 오셨다. 생수와 아우님에게 부탁했던 초등교과서, 결혼기념일 선물 등을 이것저것 가져 오셨다. 짐이 많으니 잠깐 나오라는 전화를 받고 1층으로 내려가 쇼핑백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생수 열두 병을 발치에 놓고 허리를 편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아빠, 그새 더 미남되셨네요."
내가 씩 웃자, 아버지도 씩 웃으시더니 주머니에서 동그란 과일사탕 캔을 꺼내신다. 우왕, 고맙습니다- 하고 받자마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현관을 열고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가 내가 자랑스레 치켜든 사탕 캔을 보더니 "당신은 나만 챙기면 돼요. 얜 동진이가 챙기겠지." 하고 장난스레 눈을 흘기며 짐을 받아드신다.
아버지도 오신 김에 카레를 드시고 가셨다. 어머니가 구두를 신으며 "어휴, 그냥 확 납치해 가고 싶다. 데리고 가 버릴까~" 하신다. 나는 허리에 손을 얹고 "음핫핫핫, 점점 더 인기짱인 나!" 하고 기분 좋게 웃으며 문앞에서 부모님을 배웅했지만, 사실 조금은 납치당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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