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4일 금요일

2009년 12월 4일 금요일


이버지 생신이다.

오전 8시 20에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생신 축하 문자를 보냈는데, 그 뒤로 뭘 했는지 기억이 없다. 눈을 번쩍 뜨니 침대 옆에 놓아 두었던 휴대폰이 "열한 시" 하고 짹짹 운다. 아니, 내가 진행하는 수업이 오전 열한 시 부터인데! 벌떡 일어나 대표님께 다급히 전화를 했다. 방금 일어났다고 하니 대표님이 "어이구~잘 했어요~ㅋㅋㅋ 음악 수업부터 하고 있을 테니 와요~"하고 웃으신다.

게다가 오늘은 오전 9시부터 수강신청을 하는 날이었다. 설마 마감될까 생각했지만 막 잠에서 깼을 때는 순간 불안했는데, 역시나 내가 신청하려고 생각했던 과목들은 하나도 정원이 차지 않았더라. 올해 내내 아침에 일어나느라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생을 한 터라 오후 수업만 넣었다. 오후 수업만으로 시간표를 짤 수 있어서 천만 다행이다. 변호사자격시험 필수과목을 포기한 결과지만, 이렇든 저렇든 오전 수업은 질색이다. 밤 열한 시까지 수업을 하거나 일을 하는 것은 괜찮지만 아침에는 못 움직이겠다. 신념이 아니라 게으름을 동력으로 걸어온 프리랜서의 길, 아아, 훈늉하구나.

아리랑 TV에서 노래자랑 대회를 하는데, 순안 씨가 서류심사에 통과해서 일요일에 예심을 본다. 그래서 수업이 끝난 다음에는 다함께 김밥을 까먹고 순안 씨 노래 연습을 했다. 늦잠 잔 주제에 배는 고파서 김밥과 귤을 맹렬히 먹었더니 나중에는 너무 배가 불렀다. 태국에서는 음식을 먹다가 마지막 남은 하나를 누가 먹으면, 그 사람에게 친구들이 "그래, 네 남편 잘생겼다/멋있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러면 하나 남는 거 제가 다 먹어야겠네요'라고 말할 뻔 했다. 

친정 가족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집에 와서는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청소를 한 다음, 청소따위 하지 않은 양 쿨하게 앉아 웹질을 하다가 아버지, 어머니, 아우님을 맞이했다.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시자마자 "오, 화장실 청소 했네."라고 하셔서 쿨에서 큐트로 컨셉을 바꾸어 으쓱으쓱 춤을 추었다.

아버지 차를 타고 함께 [북해도]에 갔다. 퇴근 길에 바로 간 동진님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맛있고 즐겁게 저녁식사를 한 다음 집에 돌아와 아우님이 준비한 케이크로 생일 축하를 하고 동진님표 커피를 마셨다. 늘 멋진 케이크 테마를 짚어내는 아우님에게 케이크 상자를 열며 "오늘 테마는 뭐야?"라고 했더니 "응.  생신 축하."라고 했는데, 꺼내 보니 과연, 정진정명 생신 축하였다.

친정 가족들은 생일이 겨울에 몰려 있어, 오늘 아버지 생신이 결혼하고 맞는 첫 가족 생일이었다. 우리 집에서 함께 축하할 수 있어 기쁘고 행복했다. 오늘은 일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이 줄어들지 않았다.

댓글 1개:

  1. trackback from: 아빠 생신
    오늘은 아빠 생신이었다.5교시, 과학 진도를 끝낸 기념으로 나름 과학과 관련된 Summer Wars를 보았다. 평소에는 종 치자마자 벌떡 일어나 차렷 열중쉬엇 경례 "We are the best!"외치고 후다닥 튀는데 오늘은 아가들이 심하게 감정이입해서 종 소리에 "으아~" 하더니 내 눈치를 힐끔 보고 모르는 척 계속 영화를 본다. 내가 리모콘을 잡으니, 애원이 쏟아진다. 이럴 때 아가들은 애교쟁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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