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4일 토요일

2004년 7월 24일 토요일 :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류:테코보에서 모모타로까지 (section 5)'

로고출처:서울아트시네마 웹사이트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피판 순회상영의 일환으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류' 다섯 번째 세션을 보고 왔다. 이번 세션에 포함된 작품은 1940년대부터 50년대 중반 사이에 만들어진 단편 애니메이션 여덟 편이지만, 입장이 늦어 아라이 카즈로고의 첫 편은 놓쳤다.

숲 속의 소동/ 마에다 하지메 1947 병아리 세 마리를 납치하여 끼니를 해결하려던 늑대가 어미닭과 그 동지인 물개, 오리, 쥐, 토끼, 돼지 등에게 뒤를 밟혀 10:1로 당한다. 늑대는 꽁지에 불까지 붙이고 도망가는 불쌍한 처지가 되고, 다수로 소수를 이긴 어미닭 무리는 벽난로 앞에 모여 다정히 행복의 노래를 부른다. 디즈니풍. 역동적인 장면에 들어간 운동선(종이만화에 있는)이 눈에 띄었다. 흔한 표현법인가? (다른 상영작에는 없었던 부분임.)
눈 내리는 밤의 꿈/ 오후지 노부로 1947 그림자 애니메이션. 성냥팔이 소녀를 양초팔이 소녀로 각색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앙초를 다 팔지 않으면 돌아오지 말라는 말을 듣고 쫒겨난 소녀가 추위에 떨며 양초에 불을 켜자,그러자 하얀 그림자 어머니가 나타나서 소녀의 유체 이탈을 돕는다. 녹음 상태가 열악하여 소녀와 어머니의 목소리에 귀기가 서린 느낌이었다.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큰 도끼 짊어지고/ 후루사와 히데오 1948 환경 보호 메세지를 담은 애니메이션. 나무꾼이 나무를 멋대로 벤 숲에 홍수가 난다. 비구름을 손에 번개를 쥔 익살스런 지휘자로 표현한 것이 돋보였다. 구르다가 항아리를 머리에 뒤집어 쓰는 장면처럼 최근에도 흔히 쓰이는 표현법이 많았다. 이런 '전형적인 만화적 표현'이 언제 만들어져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는지가 궁금해졌다. 공부를 더 해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동물 대야구전/ 야부시타 타이지 1949 난폭한 고릴라 팀과 기타 동물 팀이 야구 시합을 한다. 29:0으로 지던 동물연합팀이 고릴라 팀의 손에 붙은 엿 덕분에 역전한다. 줄지어 볼넷으로 나가는 타자들의 모습이 압권. 낄낄 웃었다.
숲의 음악회/ 아시다 이와오 1953 예의범절을 모르는 늑대가 다른 동물들로부터 지탄을 받는다. 커다란 실수가 아니라 작은 배려없음-쓰레기를 길에 쌓아 둔다든지, 꽃을 꺾는다든지-을 크게 꾸짖는 내용인 점이 특이했다.
꽃과 나비/ 오후지 노부로 1954 나비 세 마리가 비를 만난다. 꽃들에게 비 피할 자리를 마련해 주기를 청하지만, 각 꽃들은 자기와 같은 색인 나비만 지켜 주겠다고 한다. 컬러 애니메이션이고 세 나비의 합창이 들어가 있다.
단고 베에의 사건일지 열려라 참깨 편/ 오후지 노부로 1955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을 일본 풍으로 풀어낸 애니메이션. 내용도 '40인의 도둑'과 비슷하다.

극장 앞에서 사십 오 분 뒤에 시작하는 세션 3까지 볼까 말까 망설이며 음성 사서함을 확인했다. 재영이가 중국에서 돌아왔다며 휴대폰 대신 학사관 연락처를 남겨 두었기에 전화해 보았다. 학사관이 종로 쪽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나 물었더니 걸어서 십여 분 남짓한 곳이라기에 인사동 스타벅스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고생도 했지만 많이 배우고 좋은 경험을 하고 왔다고 생각한다기에 마음이 놓였다. 중국어도 많이 늘었겠지. 여행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다. 예전보다 말하면서 몸을 많이 쓰더라. 언어가 반쯤 통하는 곳에 있다 온 흔적일까나. 너무 열심히 웃다가 의자 등받침에 머리를 박고 말았다. 새벽에 포스코 센터 다녀오는 길에도 조느라 버스 창문에 머리를 세 번이나 박았는데. 하하.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가 10시쯤 헤어져 집에 왔다. 아트시네마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사는 줄 좀 더 일찍 알았으면 혼자 영화보러 갔을 때 연락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싶었다. 말 나온 김에 쓰자면, 오늘 영화를 보고 나오며 아트시네마 폐관전은 역시 고다르가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댓글 3개:

  1. '폐관전'입니까. 에휴…



    전 츠카모토 신야의 작품들을 보고 싶은데, 시간이 되려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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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폐관은 2월입니다. 당장 다음 달에만도 존 포드 회고전(앗싸리~)이나 블루스 전같은 좋은 기획이 기다리고 있죠. 2월 전에 장소 문제가 해결 된다면 좋을 텐데, 영화관이라는 게 일정 규모 이상의 공간과 시설을 필요로 하다 보니 잘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특히 서울 시네마떼끄가 내부에서 적당히 그러모은 돈으로 굴러가는 곳이라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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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런데 쓰고 보니 새벗님은 2월 폐관을 이미 아셨을 것 같군요. ~_~; 어쨌든 지우지 않고 그냥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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