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일 금요일

2004년 7월 2일 금요일

인수오빠 송별회를 했다. 원래는 인도음식점 타지마할에서 하기로 했으나, 하필 오늘 저녁에 40명 예약 손님이 들었다기에 너무 시끄러울 것 같아서 모글로 장소를 옮겼다. 참석자는 에라오빠(유창석님), 박상준님, 김상훈님, 인수오빠, 나.


스타트렉 보이저 시즌 2 DVD 세트


소니 T1

소니 T1 (커버 열었을 때)

T1 크기비교

이제 대전으로 짐을 옮긴 인수오빠는 일요일까지 서울에 있기 위해 짐을 안쓰러울 만큼 한가득 싸 왔다. 그 중에 있던 재미있는 물건 두 가지. 보이저 DVD는 정말 포장이 허술하다. 플라스틱 뚜껑 하나만 달랑 열면 끝이라니. 절약형 포장이라고 가격이 크게 저렴한 것도 아니면서. 소니 디카 T1은 꽤 작고 귀여웠다. 렌즈 커버가 옆이 아니라 위아래로 열리는 것이 특이했다. 인수오빠 말로는 노이즈가 심하고 화이트 밸런스도 엉망이라지만 생김새만은 감탄할 만 하다.




탄두리치킨

양갈비

저녁식사는 즐거웠다. 모글의 탄두리 치킨이 꽤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뜻밖의 수확. 곧 점심 식사 가격을 50% 할인하고 세트 메뉴도 만든단다. 식사가 끝나자 에라오빠는 다른 약속이 있어 먼저 자리를 뜨시고, 남은 얼짱클럽 멤버들은 애비(Abby's Book Nook)로 몰려가 여덟 시까지 책 구경을 했다. 상준님께선 책장 한켠에 있던 비디오 테입을 공짜로 얻으셨다. 나는 함장병에 걸린 셔트너의 스타트렉 TOS 하드커버 뒷면 사진을 들이대며 인수오빠를 공격했다. 지난 달에 제값을 다 주고 샀던 하트코트 TBP판 'Towing Jehova'가 깔끔한 책으로 한 권 있어 아까웠다. 요전에 눈여겨 보았으나 사전 정보가 없어 그냥 두고 왔던 실버버그 편집 단편선(제목미상)에 대해 상훈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그저 그래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바로 옆에 꽂혀 있던 고든 R. 딕슨의 책을 대신 추천하지만 않으셨다면 믿었을 거다.

애비를 나와 차 마실 곳을 찾아 방황했다. 이태원에는 찻집이 없으니 미리 계획을 세워 두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길에서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좀 흘려보냈다. 도중에 정크에서 공지를 본 아저씨들께서 인수오빠에게 전화를 몇 통 주셨다. 나, 인수오빠, 상준님은 신림동(녹두)로 가자고 했으나 집에 가는 길을 몰라서 안 된다는 상훈님의 격렬한(?) 반대에 져서 결국 택시를 타고 종로 국세청 건물에 있는 '탑클라우드'로 갔다.

기사아저씨: 종로 어디로 갈까요?
상훈님: 그 건물 이름이 뭐죠? '종로타워'?
나: 그...왜, 저기, 이상하게 생겨서 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린......세금 거두는 데요.
상훈님: 맞아 세금.
나: 세무서, 세무서.
인수오빠:아아, 국세청 건물 말이구나.
나: 응. 비슷하네요!
인수오빠:......규모가 너무 다르쟝.-_-;

전망'만' 좋다는 말을 들었던 탑클라우드. 전망은 정말 좋았다.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유달리 빨라, 33층에 도착하니 귀가 멍-했다. 운좋게도 들어가자 마자 창가 자리가 하나 비어 아래가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앉을 수 있었다. 상훈님과 상준님은 생맥주, 나는 레몬 어쩌고 하는 무알콜 칵테일, 인수오빠는 (홍차가 메뉴에 없어 좌절한 다음) 블랙 러시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각자 꺼내 놓은 물건을 구경하며 놀았다.

상훈님:(창 밖을 보시다가) 이거 이렇게 보니 완전 쿼런틴이네.
상준님: 그러게, 별이 안 보이네.
인수오빠: (두 팔을 들며) 별들이 사라졌다아아!
나: (덩달아 팔을 들며) 우어어엇!


심시티의 밤

인수오빠의 PDA폰으로 엠에스엔에 들어갔다가 동진님과 연락이 닿았다. 상훈님께서 같이 술 마실 사람을 모집한다는 포스팅을 올리셨던 김상현님에게 연락해 보자고 하셨으나 아쉽게도 연락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열 시쯤 동진님께서 오셨고ㅡ동진님께서 메뉴에 없는 홍차를 주문하시자 두 번째 잔으로 무알콜 칵테일을 마시고 있던 인수오빠가 몹시 좌절했다.ㅡ , 잠시 후에 상준님께서 먼저 일어나셨다. 넷이 남자 초등학교 동창인 동진님과 상훈님께선 '아는 만화영화 주제가 부르기 배틀'을 시작하셨다. 세대도 다르고 일어도 모르는 나와 인수오빠는 우리끼리 아는 노래를 짚어보며 놀았다.

열한 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분위기에 들뜬 탓인지 다음날까지 계속 흥분 상태였다. 인수오빠의 입대는 아직까지도 별로 실감나지 않는다.

댓글 9개:

  1. 아니, 김상훈 씨가 어떻게 제 전화번호를 모를 수가 있죠; 지금까지 저한테 전화했던 김상훈 씨는 다 유령이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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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직까지 새로 산 휴대폰에 입력한 전화번호가 하나도 없음. (귀찮아서... ; ) Forgive!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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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옛날 국세청 건물이죠-_- 지금은 국세청을 가버리고 삼성증권이 들어와서 건물외벽에 디자인을 파괴하는 상징물을 놔 버렸음... 탑클라우드에 갔으면 당연히 감동의 화장실도 가 보았겠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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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rigrav/ 레스토랑 쪽 투명바닥을 손님들이 멀미한다고 불투명하게 만든 것이야말로 만행이자 파괴가 아닐까요...;; 아무리 멋있게 지어도 사장 마음에 안 든다고 바꾸는 것과 같은 수준의..(조금 다른가)

    나는그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찾는 방법이 하나 있긴 있었군...;;; 그런데 혹시 나는그네님 장손이십니까? (그날... 장손(&제이) 모임이었죠..;;)

    p.s. 만행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33층 창문에서 하계를 내려다보는 제이님을 모님이 뒤에서 밀어 떨어뜨리려고 했데요...-.- (인수님 군대 잘 갔다오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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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고든 R. 딕슨의 책을 대신 추천하지만 않으셨다면 믿었을 거다." ==> 하하하. 딕슨이 어때서. 그냥 사지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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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여기 접속자가 정말 많은가봐요. 용량초과라고 자동폐쇄되었던데. 2-3주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고. 주로 새벽에 누적접속량이 많아지면 그런가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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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shambleau/앗차, 그 '모님'의 만행도 기억했다가 나중에 복수할 수 있게 일기에 써야 했는데...... 깜박 잊었네요.(라고 말하며 '나중에두배로갚아줘버릴것비밀노트'에 주섬주섬 써넣는다)

    ihong/ 실버버그, 앤더슨이 편집한 Murasaki라는 앤솔로지인데, 혹시 보셨나요? 실버버그 편집이라는 마이너스 포인트와 예전에 본 적 없는 크레스의 단편이 실려 있다는 플러스 포인트 중에 어느 쪽이 더 클지 아직도(!) 고민중이거든요.

    어제 밤 11시에 귀가해서 보니 홈페이지 트래픽이 오버되었더군요. 여하튼 이렇게 인기가 좋아서야.(<-사실은 그저 값싼 계정을 쓰고 있을 뿐.)

    제 홈페이지가 안 열리니까 너무 심심해져서 12시도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었지 뭐에요. 트래픽 오버=성실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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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모님 조심해야겠군요. 앞으로 높은데 가지말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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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nyxity/.....마치 남 일인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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