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28일 월요일

2006년 8월 28일 월요일

0. 어느새 월요일이다.

1. 기관 제출 실습 과제를 했다.

2. 검색 중에 우연히 '탯줄도장'이라는 걸 봤다. 정말로 탯줄을 안에 넣어 만드는 도장이다. '제대도장'이라는 것도 있다. 제대혈 할 때 그 제대다.
" ......조각하여 아기의 배꼽을 저장 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으며 하단에는 아기의 이름을 새긴다. 3면의 창을 통하여 아기의 배꼽을 볼 수 있으며 평생의 신표로 사용되는 인감도장에 아기의 처음 생명을......"

3. 입양을 희망하는 양부모의 케이스는 국제 입양이든 국내 입양이든 비슷한 경우가 많다. 몇 번의 임신 시도, 실패, 가정을 이루고 육아를 경험하고 싶은 소망, (국제 입양의 경우) 자국 내 입양의 불확실성 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친부모의 케이스는 각양각색이란다. 예전에는 강간이나 돌발 임신에 대처하지 못한 저학력 10대 미혼모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미혼모 연령대가 매우 높은 경우도 드물지 않다.

입양 절차는 아동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이 기관에 들어오면, 이 아동의 파일이 만들어진다. 친부모 상담 기록, 친부모의 입양동의서, 출생증명서, 양부모의 가정조사 자료며 세금계산서 등이 모두 이 파일에 쌓인다.

열 대여섯 살에 불과한 소녀와 역시 그만한 나이인 소년이 출산 당일 입양동의서에 지장을 찍는다. 사귀다가 임신을 했으나 둘 다 계속 사귈 생각이 없고, 이미 몇 번의 중절 수술을 경험한 터라 더 이상 수술하기가 두려워 낳기는 하지만, 키울 수는 없으니 입양시키고 싶단다. 혹은 직장에서 2차 갔다가 호프집에 만난 상대와 한 번 했는데 임신해 버려, 어영부영 하다 보니 중절 시기를 놓쳤기에 그냥 낳긴 한다. 하지만 아이 아버지도 모르고, 출산 다음 날에도 출근 해야 하니까 아이를 기관이 바로 인수했으면 좋겠다. 마을 축제에서 술 마시고 동네 사람이랑 했는데, 이쪽이나 저쪽이나 배우자가 있는 고로 비밀로 입양시키련다. (이런 경우에는 국내 입양만 가능하다.)

'피임을 제대로 하던가, 낳지를 말던가.' 하고 문득 생각했다가, 내가 내 속에 놀라 섬뜩해진다. 아이는 이미 태어났다. 파일의 주인은 지금 이 순간 나와 같은 세계에 존재하는 생명이다. 눈도 제대로 못 뜬 이 증명 사진의 주인공을 기준으로 보면, 차라리 낳지를 말지-란 얼마나 끔찍한 말인지.
편견은 얼마나 쉽게 사람을 잔인하게 하는가. 그리고 그 편협한 냉정함은 얼마나 쉽게 당당해지는가. 서류 한 묶음을 앞에 놓고 부모와 사회의 책임을 말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심지어 나의 책임을 말하기도 얼마나 어렵잖은가.

그러나 진심으로 부끄러워하기란 늘 얼마나 어려운가.



(위 사례들은 특정 사례 그대로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 사례에 해당되도록 요약, 변형, 가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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