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11일 금요일

2006년 8월 11일 금요일

글을 쓰기 귀찮을 때가 있는가 하면, 글이 쓰고 싶어 견디기 힘들 때도 있다. 전자를 손발의 게으름이라고 하고 후자를 정신적인 설사라고 한다. (후자는 안정효 씨의 말이다.) 쓰고 싶은 글이 있는가 하면, 써야 하는데 쓰기 싫은 글이 있기도 하다. 쓰고 싶으면 즐거이 쓰면 된다. 쓰기 싫으면 마음껏 투덜거리고 왜 싫은지 생각해 본 다음에, 마음이 동할 때 쯤 주섬주섬 컴퓨터 전원을 켜면 된다. 가장 부담스러운 글은 좋지도 싫지도 않은데, 아니 그렇기 때문에, 어느새 '해야 할 일'목록에 들어와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항목들이다.

일기로 돌아와서.

수요일에 다른 행정일로 학교에 갔다가, 우리 과 바로 옆 사무실에 계신 아스님을 잠깐 뵈었다. 맛있는 차(계수나무 잎이 들어간 우롱차였던가?)를 마시고, 마침 들어온 아스님의 석사논문도 한 권 받았다. 날이 너무 더워 말도 못하게 고생했다. 마른 하늘에 천둥번개도 쳤다.

목요일에 새 컴퓨터 책상이 들어왔다. 수납 공간이 많고 책 등을 올려 둘 자리도 많은 좋은 책상이다. 좋은 도구의 힘에 새삼스레 감탄하고 있다. 예전에는 컴퓨터 책상에 책을 둘 자리가 없어서, 숙제를 하거나 여러 자료를 살펴야 하는 글을 쓸 때 무척 힘들었다.

목요일에 피곤해서 너무 깊이 잠드는 바람에, 금요일에 오전 8시에 일어났다. 지하철을 타면 5분 정도 지각할 것이 확실해서 부득불 택시를 잡았다. 그런데 택시님이 지하철 노선도를 따라 꾸물꾸물 돌아가 15분 지각을 하고 말았다. 택시비가 얼마나 나왔는지는 말하기도 싫다. 이러니까 내가 택시를 안 타지,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하필 오늘 오전에 총괄수퍼바이저가 우리 팀을 찾다가 내 지각 사실을 알았다.

오늘로 여름방학 결식아동 프로그램이 끝났다. 실습은 아직 한 주 남았지만, 어쩐지 이미 다 한 기분이라 같은 팀 실습생 두 명과 함께 홍대 앞 그리스음식점 그릭조이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실습 하는 동안 계속 함께였지만 거의 애들 얘기만 계속 했던 터라, 한 숨 돌리며 편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 즐거웠다. 귀가길에는 한양문고에 가서 책을 한 권 샀다.

+ 이번 결식아동 프로그램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아이들을 조금 쉽게 대하는 법을 익혔다는 점이다. 일 자체는 시작할 때부터 말썽이 많았고 진행되는 내내 덜컹거렸다. 사회복지전공자로서 배운 점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먼 산을 바라보며 웃을 수 밖에 없을 상황도 많이 겪었다. 그러나 그냥 개인으로서는 이 정도로 만족한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 연령대를 대하는 일을 무척 불편해했다. 아니, 무서워했다. 오죽하면 사촌 동생들에게도 (애들이 좀 자라기 전까지는) 인사 정도밖에 안 했다. 같이 놀아주기는 커녕 최대한 피해다녀서 그 나이대일 때 사촌 동생들에 대한 기억이 희미할 정도이다. 사실 아우님에게도 썩 잘 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일이랍시고 어린이들과 부비적대고 나니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내 아이 키울 자신도 없었던 데 비하면 굉장한 진보다.

댓글 1개:

  1. 우롱차 베이스에 계수나무 꽃을 섞어 만든 꽃차랍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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