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19일 금요일

2003년 9월 19일 금요일 : 서울시향 제 631회 정기연주회

프로그램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B# Op.83
브람스 교향곡 1번 c Op.68

지휘 곽승, 협연 게른하르트 오피츠 (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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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여만에 돌아온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여름 내내 청소년 음악회밖에 하지 않는 바람에 악장님이 무척 보고 싶었다. 물론 청소년 음악회라도 가면 되겠지만, 도무지 아이들의 압박은 이겨낼 수가 없다. 티켓링크에 뜨자마자 예매를 하고 줄곧 기다렸다.
신림에서 바로 가기는 처음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넉넉히 나간 덕분에 정신없이 뛰어 간신히 지각을 면했다. 왜냐하면 또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탔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브람스 두 곡이었다. 사실 예매할 때는 '시향 공연이 아니라면 절대 일부러 가지 않을 프로그램'이다 싶었는데, 막상 가서 들으니 예상과 너무나 달라서 크게 놀랐다. 지금껏 브라아아암스는 무어언가아아 이러어어언 느끼이이임이라고 생각했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마이너스 시너지랄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히 처음부터 브라아아암스 공연을 피하지는 않았을 텐데.

여하튼 이번 공연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의 경우 협연자는 듣기에도 보기에도 편한 연주를 하는 타입이었으나 몇몇 부분에서 오케스트라에 묻힌다는 느낌도 조금 받았다. 1악장은 숨 돌리느라 거의 못 들었고.....3악장과 4악장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4악장의 경우, 들으면서 브람스가 생각(편견?)보다 훨씬 낙천적인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교향곡 1번도 좋았다. 이번에 내가 이렇게 놀란 가장 큰 이유는, 브람스가 늘어지고 지겹다고 생각해 왔던 것과 달리 각각 50분에 달하는 두 곡이 모두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고 감각이 돋보여서, 심상을 타고 곡을 따라가다 보니 말 그대로 시작하기가 무섭게 공연이 끝나 있었기 때문이다. 교향곡 1번 말미에서 트럼펫/트럼본 쪽이 필요 이상으로 튀어 시끄러울 지경이었고, 호른 주자 한 명은 악기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계속 호른을 뒤집어 털기를 반복하여 산만했지만 전체적으로 무척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악장님을 다시 뵈어 기쁘고 감격스러웠던 마음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여전히 멋있었다. 헤헤. 참, 피아노협주곡에서 첼로 수석 이정근씨가 오랫만에 돋보였으나 자리가 피아노 바로 뒤라서 연주하는 내내 머리카락 끝자락밖에 안 보여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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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기연주회는 10월 9일(베를리오즈, 라흐마니노프, 슈만)
아, 베를리오즈 하니까 환상교향곡이 듣고 싶다. 시향공연예정에는 없고.....하는 교향악단 어디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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