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1일 토요일

2003년 2월 1일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불광동의 조부모님 댁으로 갔다. 세배를 하고 제사를 지낸 후 '쿵야열전'이라는 게임을 했다. 넷마블에 있는 것으로, 일대일로 한정된 시간 안에 낱말풀이를 하는 웹게임이다. 십여명의 친척들이 컴퓨터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문제를 풀었다. 덕분에 엄청난 속도로 16연승을 달성했으나 안타깝게도 우리보다 더 빠른 20연승자에게 지고 말았다. 거의 열 명이나 되는 어른(대학생+직장인)들이 컴 앞에서 흥분하다가, 져버리곤 '저쪽 사람한테는 오십명쯤 붙어 있을 거야'하며 킬킬 웃었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몇 년 동안 조부모님 댁에 가면 '땅따먹기'라는 도스용 게임을 했는데, 이번에 할머니께서 노인학교(?)에 다니시면서 인터넷을 배우셨단다. 그래서 고종사촌이 쓰던 컴퓨터를 가져와 새로 설치하고 VDSL도 깔았다. 할머니는 일본어 공부도 하신다. 일제시대 때 쓰던 말이 그렇게 오랫동안 안 썼는데도 배우니 다시 기억이 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할머니께서 외출도 하고 공부도 하시니 좋다.

두 시 쯤 집에 돌아왔다. msn에서 동진님을 만나서 저녁에는 함께 한남동의 퍼핀카페(Puffin Cafe)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맛있었다. 라떼는 커피우유--;였지만, 메뉴에 향커피를 분리해 놓은 점은 눈여겨 볼 만 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애는 썼는데 어두워서 노출시간을 오래 잡다 보니 흔들려버렸다. 그리고 북악스카이웨이에 드라이브 갔다가 성북동쪽으로 나와서 집에 왔다.

알찬 설날이었다. 설이 양력으로도 1일이니까 한 해를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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