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8일 토요일

2003년 2월 8일 토요일 - 10일 월요일

쇼팽이 어울리는 날이었다.


2월 9일 일요일

서울대 백신고 동문회를 했다. 이번에는 군 복무중인 형기오빠가 휴가를 얻어 나오셔서 오랜만에 다섯 명이 다 모였다. 형기오빠와 02학번 지현이는 처음 만났다. 원래 정발산역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에서 보기로 했는데 내가 그만 주엽역 그랜드백화점으로 착각해서 그 곳에 있었다. 도착했다기에 전화로 정문으로 나오라고 해도 못 찾겠다기에 무슨 소린가 했는데, 엉뚱한 곳에 있었으니 그럴 수 밖에. 약속 시각에서 5분여가 지나서야 실수를 깨닫고 롯데백화점으로 정신없이 걸어갔다. 그렇잖아도 방향감각과 거리감각이 평균 이하인 방향치인데, 당황하니 거리감이 전혀 없어져서 몹시 난감했다. 일주일에 예닐곱 번을 버스 타고 지나가는 길인데도, 도무지 어느 정도 가야 롯데백화점이 있을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걸었다. 20분쯤 걸어가니 롯데백화점이 있었다. 힘들었다.-_-; 우리끼리 먼저 만나서 올해 졸업하는 종우오빠의 졸업 선물을 샀다. 예쁜 넥타이를 골랐다. 종우오빠가 오셔서 함께 T.G.I.F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점심을 제대로 못 먹은데다 걷느라 힘이 빠졌기 때문에 정신없이 먹었다. 종우오빠는 아산병원 교정과에 근무하신단다. 드디어 의사선생님이다. 하하. 아산병원은 1700bed로 전국에서 가장 큰 병원이다. 두 번째는 1500bed인 서울대병원. 아직 인턴, 레지던트 기간이 많이 남았지만 졸업하신다니 사회인이라는 실감이 났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룹 UN의 가수 김정훈(이름 맞나?)이 이번에 짤린단다. 휴학이며 낙제 등등 제도로 커버할 수 있는 걸 다 써버려서 방법이 없다나. 본인이야 안타깝겠지만 솔직히 공부 안 하면서 두고두고 학교에 남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형기오빠는 종우오빠께 계속 '~습니다'말투를 쓰셔서 재미있었다. 낯설고, 어쩐지 어색하고. 나와 혜진언니가 계속 웃으니까 종우오빠가 제대하고 한 달만 지나면 다 없어진다고 하셨다. 식사 후에는 노팅힐이라는 라이브 재즈 바에 갔다. 그냥 어리버리 들어가 봤는데 괜찮았다. 내게는 약간 노숙한 느낌이었지만 종우오빠와 혜진언니는 무척 마음에 들었나보다.

열 시에 헤어졌다. 이제 종우오빠가 굉장히 바쁘시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는단다. 힘드시겠지만, 멋지다.


2월 10일 월요일

마을버스를 타고 과외하러 가다가 갑자기 안경 다리의 나사가 빠졌다. 급히 학생에게 전화를 한 다음 주엽에 내려서 안경점을 찾았다. 시력이 나쁘다 보니 안경점이고 뭐고 보이지가 않아서 일단 큰 상가로 들어간 다음 안내데스크에 물었다. 안경이 없으면 마치 졸면서 다니는 것처럼 정신이 없어진다. 나사를 끼우고 과외를 갔는데,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 지갑이 없었다. 우선 학생 집으로 돌아갔으나 없다기에 안경점으로 갔다. 다행히 그 곳에 있었다. 안경점 아저씨는 내 핸드폰으로 계속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고 하셨다. 나의 친애하는 019님의 벨은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019 아니랄까봐. 안경과 지갑 때문에 시간을 많이 버려서 다음 과외 전까지 식사를 할 시간이 없었다. 아쉬운 대로 주엽역 뒤쪽 골목에서 먹을 거리를 찾다가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발견했다. 별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오오오오! 맛있었다! 심지어 메뉴 중에 핸드드립도 있어서 직접 드립하시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단다. 시간이 없어서 더 물어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마셔봐야겠다. 뜻밖에 보석을 찾은 듯한 예감이 무럭무럭. 기뻤다. 안경이든 지갑이든 시험이든 과외든 뭐든지 와라!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싸워주마! 음하하.

집에 와서 청소를 했다. 설거지도 하고 쓰레기도 버리고 청소기도 돌렸다. 흐뭇하다. 이제 성실소녀는 번역과 공부를 한 다음 코~ 자야지.


note
2003교향악 축제-대전시향: 2003.03.23 예매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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