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23일 일요일

2003년 3월 23일 일요일 : 2003 교향악축제 - 대전시립교향악단

--프로그램--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
말러 교향곡 5번

* 지휘: 함신익, 첼로: 송영훈


20일부터 열흘간 하는 교향악 축제에서 갈 공연을 골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매할 당시에는 정확히 며칠에 이사를 할지 몰랐고 예술의 전당 주변을 그렇게 자주 방황할 수도 없는 일이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함신익씨의 대전시향을 골랐다.
그러나 이사 때문에 일정과 일이 뒤죽박죽이 되는 바람에 막상 22일이 되자 다음 날이 공연이라는 것조차 잊고 짐을 옮기고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밤 늦게야 숨을 돌리며 지갑을 열어보고 예매확인증을 발견했으니. 예매 취소하기도 늦었고 한 장 뿐이라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도 불편하여 '에라 모르겠다'하고 그냥 갔다.

함신익씨가 맡기 전의 대전시향이 어땠는지야 들어보지 않았으니 알 길이 없다. 실상 내가 꾸준히 지켜본 교향악단이래야 서울시향 하나뿐이니 잘 한다 못 한다 비교할 처지도 아니다. 그렇지만 말러 5번이라는 듣기도 수월찮은 레퍼토리를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고 '함신익의 대전시향'이라는 말이 허명이 아니구나, 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편한' 하이든에 방심했기 때문일까, 교향곡의 두 번째 악장에 가서야 내가 온 몸을 뻣뻣이 세우고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즈음 집안 일이 도통 풀리지 않아 가슴 한켠이 묵직했는데, 말러는 내 시시한 우울함이 도망가고 싶을만큼 침울하고 깊었다. 저만한 감정을 모르는 한 쉽게 불평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울처럼 흐르는 가벼운 불만은 흘려버리고 까마득한 말러의 우물에 돌멩이를 던져보자. 돌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때 까지는, 지금처럼. 늘 그랬듯이.

.....여하튼 대전시향이 훌륭하더라, 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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