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님과 신촌 아트레온에서 팀 버튼의 신작 애니메이션
유령 신부(The Corpse Bride)를 보았다.
'유령 신부'는 재미있는 범작이었다. 그렁저렁 끝까지 즐겁게 보기는 했으나(동진님은 중간엔 좀 지겨우셨단다.), 기대에는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이하 스포일러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주인공 빅터의 캐릭터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빅터는 부모의 뜻에 따라 얼굴도 못 본 여자와 결혼하는 남자로, 이 애니메이션에는 빅터의 소심하고 섬세한 성격을 보여주는 장치가 여럿 나온다. (그림을 그리고 나비를 놓아 주는 장면, 말을 더듬고 부끄러워 하는 모습, 피아노 연주 등) 하지만 중간 중간, 빅터는 갑자기 용감하고 씩씩해진다. 소심한 사람이 궁지에 몰려서 무서운 결단력을 보여주는 경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장면을 통해 이야기가 급전개/전환되니(유령 신부와 만남/죽음을 결심) 좀 당혹스러웠다. "어, 저 사람 뜬금없이 왜 저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는 선택을 요하는 상황에 로맨스적 긴장감이 없다는 점이다. '빅터가 누구와 결혼하느냐'라는 의문이 긴장감을 갖기 위해서는 관객이 빅터의 결혼 상대를 궁금해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두 결혼 상대간에 분명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이쪽 여자나 저쪽 여자나 만난지 사흘도 안 된 사이잖아?; 게다가 주인공이 한쪽을 딱히 싫어하지도 않으니.
팀 버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대치를 살짝 낮추고 보러 갈 만 하겠다.
저녁은
간사이에서 먹었다. 맛이 예전만 못해서 실망했다. 대학가에 자리 잡은 식당은 거의 예외 없이 이리 되는 것 같다. 홍대 쪽도 매한가지고. 식후에는 이대 앞
티앙팡-오후의 홍차에서 차를 들었다. 탁자가 넓고 실내가 한산해서 좋았던 티앙팡 본점은 문을 닫았더라. '오후의 홍차'에는 처음 가 보았는데, 조금 더 번잡하긴 했지만 티앙팡의 차는 그대로라 마음에 들었다. 시원한 아이스 허브티를 마시며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주중에 색연필화를 좀 연습해 볼까 하고 색연필과 콘테연필을 화실에서 가져 온 덕분이었다.
여덟 시쯤 일어나 귀가. 자정께에 가족과 축하 파티를 했다.
티앙팡이 문을 닫았다는게 그 시간에 한해서인가요 아님 영구히?
답글삭제음? 저도 11/5에 아트레온에서 유령신부 봤는데. ㅎㅎㅎ
답글삭제안그래도 자네 얘기를 했었다네.
답글삭제승민오빠/ 영구히요.=_=
답글삭제강명님/ 우연히 뵈었으면 재밌었을 텐데요. :)
음.. 저는 두 캐릭터가 별 차이가 없다는 게 선택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구 생각해요..
답글삭제쌍둥이 중 하나 고르기 힘든 것처럼요. 걀걀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