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4일 토요일

2004년 12월 4일 토요일 : 2004 MusicAlp Festival in Seoul






고구마 피자

거울 진아님과 북토피아의 질피아님을 뵈었다. 분점임에도 기대 이상이라던 라리에또 홍대점에 가려고 했으나, 날이 궂어 길을 확실히 아는 치뽈리나로 약속을 바꿨다. 이달의 피자는 '달콤한 고구마 피자'더라. 치즈에 고구마를 얹은 단순하고 깔끔한 피자로, 고구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라면 12월 중에 꼭 가서 먹어 보라고 권해야겠다 싶을 만큼 맛있었다. '고구미를 좋아라 하는'(아우님 표현) 아우님이 생각났다.

음식이 나오는 대로 열심히 먹으며 과소동/거울/국내 과학소설 이야기를 나누었다. 질피아님과는 온라인에서 대화를 나누어 본 적조차 없는데도, 과소동 분들 홈페이지나 블로그에서 닉을 줄곧 보아 왔기 때문에 마치 원래 잘 아는 분 같았다. '혹시 컨벤션 때 뵈었던가요?'라고 묻기까지 했으니. 하하.


카푸치노

식후에는 카페 비하인드에 갔다. 치뽈리나에 갈 때 까지만 해도 그리 춥지 않았는데, 식사를 마친 오후 세 시 쯤에는 바람이 몹시 추웠다.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셨다. 이북(e-book) 시장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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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피아님: 밥 배, 커피 배는 다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제이: 맞아요! 밥은 밥이고 케익은 케익이고 커피는 커피. 다 먹게 되더라고요.
진아님: 저는 작년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요새는 먹으면 배가 부르더군요. 합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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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놀다 보니 어느 새 다섯 시. 진아님은 다음 약속 때문에 먼저 일어나시고, 나와 질피아님은 홍대입구역에서 헤어졌다.


-프로그램-
풀랑 - 피아노,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호른을 위한 6중주
이대욱(pf), 캐롤 윈센스(fl), ICMF 앙상블(cl 계희정, bn 곽정선, hn 이석준, ob 이윤정)

베토벤 - 7중주 내림 마 장조 Op.20
제임스 버즈웰(vn), 김성은(va), 게리 호프만(vc), 이호교(db), ICMF 앙상블(계희정, 곽정선, 이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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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호암아트홀에서 27일부터 진행된 '뮤직알프 페스티벌'의 리사이틀 프로그램, '바람과 함께 나타나다'에 갔다.

첫 곡은 풀랑의 6중주. 시작부에서 플루트가 대단히 불안정했다. 음반으로 들어 본 적이 없는 곡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무리 봐도 원곡이 그런 게 아니라 단순히 잘 못 부는 것 아냐? 왜 소리는 제대로 안 나고 텅잉만 들려? 악기 손은 본 건가? 처음부터 끝까지 플루트가 신경쓰였다. 피아니스트와 ICM 페스티벌 앙상블의 연주자들은 모두 노련했고, 특히 호른을 맡은 이석준 님의 연주가 돋보였다.
다음 곡을 같은 연주자들이 이어 할 줄 알고 플루트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박수를 안 쳤는데, [플루티스트와 함께] 피아니스트와 오보이스트가 들어가 버려 괜히 미안했다. 괜찮았는데.

얼떨떨한 마음으로 앉아 있는 사이에 시작된 베토벤 7중주는, 풀랑에 대한 불만을 모두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호연이었다. 주도하는 바이올린이 매끄러웠고 - 연주자 이름을 기억해 두자 - , 처음부터 끝까지 능숙한 연주자들이 잘 알고 있는 부담없는 곡을 기분 좋게 연주한다는 느낌이 완연해 더없이 즐거웠다. 의자에 기대 연주자들 사이로 음악이 흐르는 모습을 편안히 바라보며, '이게 바로 실내악이지' 하고 생각했다. 대 만족! 주제부를 신나게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댓글 5개:

  1. 첫번째 피자도 맛있어보이는데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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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질피아님이 아직 살아계셨군요!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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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플루티스트에게 야유를 해도 재밌지 않았을까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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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야니님/ 네. 호두가 들어간 피자랍니다.

    라슈펠님/ 질피아님께도 라슈펠님께서 살아 계시단 소식을 전해 드렸어요. :)

    승민오빠/ 그렇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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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질피아님은 예전에 몇번 정모에서 본 아는 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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