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25일 토요일

2004년 12월 25일 토요일









지구정복비밀결사 송년회 날이었다. 기념일인 덕분인지 굉장히 많이 오셔서 깜짝 놀랐다. 아스님, 강명님, fool님, 야롤님, 동진님, 코스모님 부부, 고양이님, 달팽이님, 까리용님, 루크님, 상현님, 에라오빠, 라슈펠님, 나 이렇게 열 다섯 명이 '너무 밝고 너무 넓은' 일민미술관 카페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미술관 부속 카페라 지금껏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뜻밖에 푸짐했다. 보통 참기름을 담아 둘 때 쓰는 큼직한 플라스틱 겨자통과 작고 깜찍한 계피가루통, 크고 단정한 커피잔과 성의없어 보이는 코울슬로가 공존하는 이상한 곳이다.(껄껄) 샌드위치나 스프 같은 메뉴로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친구들과 오래 앉아 수다를 떨고 싶을 때 들러 볼 만 하겠다. 넓고 탁자 배치가 잘 되어 있어 시끄럽지 않은 점이 좋았다.



경아님께서 맛있는 크리스마스 케익을 가져오신 덕분에 마음껏 기분을 내며 냠냠 먹었다. 나는 어제 밤에 준비한 초컬릿을 가져갔다. 아스님의 디스크월드, 야롤님의 말벌 공장을 받았고(:)), 펠님께 빌려드렸던 책을 돌려받았다. 맥킬립의 리들마스터 시리즈 세 권을 빌렸는데, 귀가길에 읽어보니 흥미진진하다. 일기 얼른 쓰고 마저 읽다 자야지. 야롤님께는 번번이 이런 저런 신세를 지고 있다.

식후에는 낮술(...)을 마시러 세종문화회관 옆 중국음식점으로 갔다. 열 다섯 명이 꽉 들어가는, 조금 침침하고 구석진 룸에 둘러 앉고 나니 다들 갑자기 생기가 돈다. 도중에 다른 일로 근처에 와 계시던 루리루리님도 오셨다.

언제나처럼 지정사와 장르문학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동북공정, 지자체와 교육자치 이분화, IRA, 음모론과 맨인블랙, '조중동 독자', 격동 50년, 고고학의 진실, 이란의 카페트, 전문용어 사용 등에 대해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최근에는 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고려해 'Merry Christmas' 대신 'Happy Holiday'가 쓰이기 시작한다는 얘기가 특히 인상깊었다. 나는 확실한 무교라도 지금껏 'merry chirstmas'라는 말에 그다지 거부감을 느껴 본 적이 없지만, 생각해 보면 사람에 따라서는 - 특히 성탄절이 축일인 다른 종교의 신자라든가 -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소수를 위한 배려와 대체 가능한 표현은 많을수록 좋은 법 아니겠는가.

즐거운 축일 모임은 다섯 시 쯤 파했다. 카페에서 오랜만에 괜찮겠지 싶어 커피를 두 잔 마셨는데, 아무래도 앞으로는 그냥 참아야 할 것 같다.

댓글 10개:

  1. Happy Holidays라고, 지나가다 본 미군 기지 문 앞에 붙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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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이님 초콜릿 너무 맛있었어요. 그 정성과 마음씀씀이에 감탄했습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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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도요. 먹기만 하고 미처 인사를 못드렸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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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도요^0^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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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맛있게들 드셨다니 참 기뻐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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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혹 imA에 또 가시거든 필히 와플을 드셔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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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정말 맛있었어요~ 제이 님은 얼굴만 예쁜게 아니라 마음씨도 곱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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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카페 이마의 샌드위치가 저렇게 맛있게 보이다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초컬릿 고맙습니다^^ 행시 치시고 나면 제 홈페이지도 링크시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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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as님 /오호라!

    나는그네님/ 새삼스레. :P

    강명님/ 히히. 링크 추가했습니다. 드림위즈로 메일 보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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