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4일 월요일

2003년 8월 4일 월요일 : (...)

사소한 일에서 나의 소심함을 새삼 느낀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실은 하나도 그렇지 않았던 걸까. 몇 년이 지났는데, 작은 계기에도 벽이 단번에 무너지고 나는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을 알면서 며칠째 잠을 설친다. 많이 배웠다고, 그렇게 지금의 내가 되었으니 괜찮다고 말할 때 나는 틀림없이 진지하고 솔직했다. 하지만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 일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어쩌다 들여다보면 그 자리에 남아있는 상처.

왜 그깟 일로 자살하는지 모르겠다든가, 그래도 사는 편이 좋지 않느냐는 말은 정말이지 해서는 안된다. 사람마다 나름의 상황과 기준이 있고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쩌면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저 극한까지 밀어붙여진 적이 없을 뿐인지도 모른다. 성적이 떨어져서 죽어? 빚이 300만원이라서? 애는 왜 데리고 죽었대? 쓸모없는 질문. 답할 수 없으면서 무책임하게 묻기만 하는 사람들. 자살해도 좋을 만큼 크고 절망적인 일의 기준은 어디일까.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기준을 세울 권리가 없다.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과 어떻게든 제대로 살아보이겠다는 각오는 같은 길에 있다. 그냥 힘내서 살아보라고,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힘들다고 말하지 마라. 세상에 똑같이 힘든 일은 있어도 똑같이 힘든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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