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9일 수요일

2009년 4월 29일 수요일 : 번역과 편집

1. 번역자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 (즉, '오역')

 1) 문장의 의미를 틀림
 2) 문장의 문법을 틀림
 3) 본문의 일부를 누락
 4) 틀린 역주를 담
 5) 번역어나 전문용어가 있는 단어를 음역하거나 잘못 옮김

2. 번역자의 실수를 편집자가 발견하지 못한 경우

 1) 같은 고유명사를 다르게 음역
 2) 문단바꿈을 틀림
 3) 위 1.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함

3. 편집자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

 1) 괄호, 따옴표, 줄표 등과 같은 문장부호를 틀림 (대체로 한쪽이 사라지고 없다)
 2) 단순 오타와 띄어쓰기 등 맞춤법 전반
 3) 강조 표현(원문에서의 이탤릭체), 글꼴이 달라지는 부분 등을 잘못 표시하거나 통채로 날림
 4) 고유명사 표기나 도량형 변환에 일관성이 없음
 5) 글에 남아 있는 오역은 아닌 군더더기들
 6) 본문의 일부를 인쇄 직전 단계에서 누락하거나 수정하고 그대로 출판

4.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경우

 1) 원작자가 글을 못 써서 번역자가 글을 못 쓴 느낌을 줌
 2) 원작이 원래 재미가 없어서 읽는이에게 번역만 좋으면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을 줌
 3) 원작이 개연성이 없어 번역하다 중간을 날려먹은 듯한 느낌을 줌
 4) 환율은 높고(->저작권료와 인쇄출판비는 높고) 고료는 낮은데 번역자가 이상적인 장인정신이 아니라 받은 돈만큼 하겠다는 자본주의 노동자의 정신으로 일함
 5) 일은 힘들고 근무환경은 열악한데 편집자가 숭고한 희생정신이 아니라 받은 돈만큼 하겠다는 자본주의 노동자의 정신으로 일함

5. 책임소재가 갈리지만 대체로 출판사의 책임인 경우

 1) 책의 하드웨어가 허접함
 2) 책이 예정보다 늦게 나옴
 3) 시리즈물에서 도중에 번역자가 바뀜


내 책임이 아닌 일로 싫은 소리를 들으면 억울해 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출판사가 잘못했는데 번역자가 싫은 소리를 듣는 경우는 (자주) 있어도, 유능한 편집자가 책을 읽은 독자에게서 칭찬을 받는 경우는 전무하다시피 하니 결국 그려러니 해야 하나 싶다. 많은 번역자들이 함께 일할 편집자의 성향과 역량을 생각해 보고 일을 맡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편집부의 공과를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편집자의 이름은 책의 서지정보 페이지에 실린다.)

더 써 봐야 마감을 앞둔 푸념이고, 어쨌든 훌륭한 편집자는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자가 역자 후기에서 출판사나 편집자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 최종 교정 때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편집자는 출판사 직원이고 출판사는 어차피 그 책을 내는 회사이니 자기가 자기 이름을 슬그머니 빼는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역시 훌륭한 편집자에게는 제대로 감사하고 싶기도 하니까.

제대로 감사하는 법=마감을 잘 지켜서 좋은 원고를 주는 것........................................ㅜ_ㅠ

댓글 2개:

  1. 여전히 바쁘시군요, 언니 -_ㅠ 화이팅!

    마감 끝나시면 한 번 뵙고 싶은데...연락주세요^^



    (아, 그리고 '통째로' 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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