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21일 토요일

2006년 10월 21일 토요일 :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오전 열 시 반 쯤에 전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최대한 멀쩡한 목소리로 받았다(고 생각했다). "응 전숑~"
"안녕 정션. 어, 자고 있었어?"
"아니, 가만히 누워서 눈 감고만 있었어."
".......미안, 자고 있었구나."
어떻게 알았지.;

낮에 어머니의 고모분 가족께서 오신다고 하셨다. 인사라도 드리려고 기다리다가, 예상보다 늦으시기에 그냥 나와 카페 뎀셀브즈에서 마끼아또 더블을 마시며 원고를 했다.

오후 세 시 이십 분 쯤 동진님과 만나, 대학로에 있는 이음 아트에서 연극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를 보았다. 클럽발코니 회원이벤트에 당첨된 덕분에 처음으로 연극 시사회에 가 보았다. 원래는 무대에서 하는 공연이지만, 서점이 배경인 공연이라서인지 시사회는 진짜 서점에서 진행되었다.

연극은 '민주화 투쟁'의 막차를 탔던 사람들 내지는 386과 문민정부시대 학번 사이에 끼어 있는 사람들인 91학번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었다. 문학부 동기였던 세 남자가 운동하다가 복역까지 했던 여자 동기가 개업한 헌책방에 모인다. 한때는 꽃병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돌리고 밤새 술을 퍼마시던 이들은 이제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자퇴한 백수, 일등신문 문화부 기자, 꽤 유명한 단편영화 감독이 되어 있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와 [대학 시절]과 브레히트처럼 서점이라는 장소를 잘 활용해 의미를 담은 소재와, "대학 들어오고 첫 세미나 때 '지식인을 위한 변명'을 했는데, 군대 갔다 와서 복학해 보니 후배들이 '지식인의 종언'을 읽고 있더라." (요약) 같은 대사들이 인상깊었다. 대사와 관계설정이 무척 현실적이라 몰입해서 봤다. 단, 서점 바닥에 낚시용 의자를 줄세운 객석이 현장감 면에서는 일품이었지만(...) 두 시간 남짓 앉아 있기에는 너무 불편했던 점은 아쉽다.

연극 후에는 서태지, 시위, 85~92,3 학번대 사람들, 출연 배우들 등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물을 보았다.

저녁은 오랜만에 동대문역 근처에 있는 네팔음식점 에베레스트에서 먹었다. 볶음국수와 커리 둘 다 맛있었지만, 역시 커리에는 밥보다는 난이다. 그러게, 그냥 주인이 권하는 걸 먹어야 한다니까.;

집에 와서는 [The Absolute Sandman] 1권을 주문했다. 11월 출간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직 안 나왔을 줄 알았는데, 벌써 나왔단 소식을 어제 A모님에게서 듣고 즉시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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