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영이는 새우와 샐러리 스파게티, 나는 피자 프레스코를 주문해서 나누어 먹었다. 서버 분이 날씨가 추우니 따뜻한 차를 드시라며, 녹차를 피처에 가득 담아 주셨다. 배려가 고마웠다.
식후엔 차를 마시러 갔다. 일요일 낮이라서인지 빈 자리 있는 카페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결국 홍대입구 역까지 내려가 근처에 있는 Coffee Brown이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흡연/금연 구분이 없는 듯 했고, 커피도 어정쩡했다. 그래도 따뜻한 실내에 아끼는 동생과 편안하게 앉아 있자니 행복하고 즐거웠다. 즐겁게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도 금세 가서, 순식간에 저녁이 다 되었다. 보영이는 집으로 돌아갔으나, 나는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 있는 시네큐브로 향했다. 갑자기 우디 앨런의 2002년 작 '헐리우드 엔딩(Hollywood Ending)'이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혹시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 교보문고에서 책을 봐도 좋겠다 싶었고.
시네큐브에 가 보니 한 시간쯤 뒤에 시작하는 회차가 있었다. 표를 사고, 칸 광고 필름 페스티벌 상영에 맞춰 전시중이라는 광고 포스터들을 찬찬히 뜯어 보았다.
영화는 우디 앨런 팬이라면 무척 즐겁게 볼 만한 로맨틱 코미디였다.
발은 한때는 오스카 상을 두 번이나 탈 만큼 '잘 나갔으나' 지금은 탈취제 광고나 찍으며 생계를 잇고 있는 감독이다. 까탈스럽기 그지없고, 온갖 심리적 질병을 앓고 있으며, 혼자 자기가 싫어서 머리 빈 무명 연극 배우와 동거중이다. 이런 그에게 재기의 기회가 찾아온다. 억만장자 영화사업가와 약혼한 전처가 자신이 기획한 상업영화에 발을 적임자로 추천한 것이다. '딴 남자와 바람나 버린' 전처를 만나는 것도, '돈만 많은 치사하고 더러운 놈인' 전처의 약혼자를 만나는 것도 싫지만 예술 어쩌고 해도 일단 먹고 살아야 하는 법. 발은 투덜거리면서도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리메이크 영화 감독직을 맡기로 한다.
하지만 돼지구제역부터 흑사병까지 온갖 희귀한 병에 다 걸렸다고 떠들어대는 그가 이런 커다란 스트레스를 쉬 견뎌낼 리 없다. 결국 그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촬영 개시를 이삼 일 앞두고 갑자기 눈이 멀어버리고 만다. 스트레스성 실명이란다! 시신경에도 뇌에도 아무 이상이 없는데, 간신히 감독할 영화를 잡은 지금 앞이 안 보이다니 그야말로 눈앞이 깜깜할 일이다. 결국 그와 에이전트는 일단 시침 뚝 떼고 촬영에 나서기로 하는데.....
우디 앨런이 만들어낸 신경질적이고 괴팍한 감독 이미지는 무척 매력적이었다. 인물 자체가 아니라, 그 현실감 있는 이미지가 매력적이었단 말이다.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과 통통 튀는 대사 등을 통해 인물에 분명한 성격을 부여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완급 조절을 조금 더 잘 했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으리란 생각은 들었으나 - 예를 들어, 에스콰이어 기자의 경우 역할에 비해 설명이 많았고, 아들 쪽은 반대로 역할에 비해 설명이 적었다. - , 가볍게 웃을 만한 장면이 많았고, 무엇보다도 엔딩이
영화를 본 후 교보문고에 잠시 들렀으나, 폐점 시각이라 책은 거의 보지 못했다. 외서 코너 앞에서 요리, 건축, 미술 외서 일부를 70% 할인 판매 중이다.
오! 재개장하셨군요 ^_^
답글삭제그런데 방명록엔 대체 무슨 일이?;;
어, 방명록도 정상 접속 가능합니다만?;
답글삭제제 컴퓨터만 이런 걸까요... 접속은 되는데 글자가 하나도 안보여요;;
답글삭제으음, 영문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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