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1일 토요일

2005년 10월 1일 토요일

금요일 저녁에는 우이동으로 학번 엠티를 갔다. 비가 많이 왔는데, 신행이가 차를 가져온 덕분에 편하게 갔다. 특히 나는 제일 먼저 탄 덕분에 송구하게도 조수석에 앉았다. 보미, 도호, 은영, 영민이와 내가 신행이의 차를 타고 가다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온 경훈이를 동부이촌동에서 태워 일곱 명이 함께 비 오는 금요일 오후 도로를 달렸다. 교통 상황이 무척 나빠서 우이동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열 시 쯤이었다. (그 이후였을지도 모른다.) 가던 중에 까르푸에 들러 간단히 장을 봤다. 과제 때문에 학교에서 고생하던 자은이와 미진이가 열한 시쯤 되어서 왔고, 호정이도 자정 다 되어서 택시를 타고 도착했다. 즉, 도합 열 명이나 왔다!

고기 구워 먹기 귀찮다며 사 간 안주거리나 통닭 등을 적당히 먹으며 적당히(?) 놀다 보니 시간이 금세 갔다. 자은이와 미진이가 피곤한 와중에도 9~10월에 생일이 있는 동기들을 위해 파티를 하자며 초코파이를 사 왔는데, 이 초코파이들은 군에 다녀 온 동기들에게 비참한 군 시절을 되새기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말았다. 안타까웠다. (...) 새벽 두 시쯤 자려고 누웠으나, 방이 더워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서너시까지 뒤척였다. 그 다음부터는 자다 깨다 하며 앉아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 몇 가지 더 있었으나 따로 써 남기지 않아도 좋을 듯 하여 생략한다. 일곱 시에 버스를 타고 먼저 귀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쓰러져 정신없이 잤다. 동기들고 몇 년 만에 함께 간 여행이었는데, 멀뚱멀뚱 앉았다가 주섬주섬 먹다가 꾸벅꾸벅 졸다가 어영부영 귀가해 버리다니 싶어 조금 속상했다. (게다가 그렇게까지 조심했는데 또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난다!) 그래도 반가웠다. 나서서 사람을 모을 만한 도량이 없는 사람이다 보니,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 무척 고마웠다.

오후와 저녁에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렸다. 선생님과 화방에서 만나 소묘 재료를 몇 가지 골랐다. 오늘은 파스텔을 써 보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표현이 다양해서 놀랐다. 학창시절에는 종이에 깎아 턴 다음 티슈로 문지르는 것만 했었는데. 목탄과 파스텔을 붙들고 씨름하다 보니 손가락 끝이 까맣게 되었다.

아우님이 친구 아란양과 와우 북 페스티벌 구경 + 연극 관람을 하러 홍대 쪽에 왔다. 함께 저녁을 먹으려 했으나 서로 시간이 잘 맞지 않아, 아우님은 다른 일정을 위해 귀가하고 아란양과 나는 '왑스'라는 카페테리아에서 잠깐 만났다. 나는 스프와 와플을 먹었고, 아란양은 시장하지 않다기에 커피 한 잔. 후식으로는 아래 층 하겐다즈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새로 등장한 메뉴 '멜론'은 느끼하지 않고 꽤 맛있다. 아란양의 '설탕에 푹 절여 달게 만든 참외 맛'이라는 설명이 묘하게 납득되는 맛이랄까나. 오랜만에 만났으니 좀 더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화실에 돌아가야 했던 터라 금방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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