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4일 일요일

2007년 3월 4일 일요일 : 여자를 유혹하는 요령

정오에 오랜만에 전션과 만났다. 전션이 생일을 축하한다며 뎀셀에서 조각케이크와 커피를 샀다. 오랜만에 만나 더없이 반가웠다. 여름이 오기 전에 얼굴을 한 번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세 시쯤 먼저 일어나 -일이 바쁜 전션은 일요일인데도 작업거리가 있다며 남았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리처드 레스터(Richard Lester) 감독의 1965년 작 [여자를 유혹하는 요령(The Knack...and How to Get it, 85min, 영국, B&W)]을 보았다.  

혹시라도 유용한 팁을 얻을 수 있을까 조금 (정말 아주 조금!) 기대했었는데, 영화는 [여자를 유혹하는 요령]보다는 [미친 60년대를 얼빠진 청춘답게 살아가는 요령]에 관한 이야기였다. 오프닝과 엔딩 크레딧이 좋았고, 침대를 이용한 재기와 중간중간 등장한 자막도 재미있었다. 아, YWCA도! 하지만 뒤로 갈수록 너무 '프리'해져서 - 이 영화는 '영국 프리시네마 특별전' 프로그램이다 - 나중에는 조금 감당하기 힘들었다. 참, 그리고 시네마테크의 영화 소개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나흘동안 영화를 세 편 봤는데, 그 중에 가장 현실적인 작품이 마술용 중국 상자 속에서 죽은 기자가 물질화하는 [스쿠프]였다.; 균형감각을 맞추기 위해 2일에 보던 [Doctor Who] 에피소드 [Rise of the Cyberman](현대 런던 상공에 비행선, 죽었던 아버지가 사업가, 모두들 귀에 꽂은 이어피스earpiece로 정보를 다운로드, 사이보그....)를 일단 통과하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있는 195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The Idiot's Lantern]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 '식민지'가 여전히 존재하고, 흑백 텔레비전을 들여 놓는 집들이 생겨나며, 안락의자에 앉아 뜨개질 하던 할머니가 "그거 보다간 바보가 된다"며 잔소리 하고, 텔레비전 안테나를 통해 외계인들의 전파가 사람들을 공격(?)하고, 당한 사람들은 뇌가 없어지고 이목구비가 사라지고, 얼굴이 살색 원판이 된 사람들이 으슥한 곳으로 끌려가 창고에 보관되는 역사물이었......어라라? 

댓글 1개:

  1. 실실 웃으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정말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저도 '어라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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