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1일 목요일

2007년 3월 1일 목요일 : 스쿠프 (Scoop)

우디 앨런이 2006년에 영국에서 찍은 영화. 스칼렛 요한슨과 휴 잭맨을 전면에 내세웠다. 갓 개봉했을 때만 해도 "우디 앨런이 남주 1 이 아닌 우디 앨런 영화는 내키지 않아!" 라고 생각했는데([매치포인트]를 보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80년대 앨런 영화를 당장 트는 곳이 없어서 그냥 보러 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우디 앨런의 비중이 높았고, 앨런 특유의 입담이 스칼렛 요한슨이 맡은 산드라의 대사에서도 상당 부분 살아나서 굉장히 즐거웠다. 우디 앨런이 어설픈 표정으로 마술을 선보이는 도입부부터 대폭소했다. 저승으로 가는 배 장면의 감각도 유쾌했다. 이하 스포일러 한 문장. 보통 사람이 죽는 영화는 못 보는데, 어째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 사실 살인자였던 휴 잭맨보다 오히려 비중이 컸다. - 우디 앨런이 죽었는데도 찜찜하지 않고 웃음이 났다. 우디 앨런 영화이기에 가능한 감상이구나 싶었다.

스폰지하우스에서 3월 15일부터 28일까지 하는 [빔 밴더스 특별전] 상영안내문이 있기에 집어 왔다. 하루에 사 회차씩 상영하는데 회차순 시간표는 나왔지만 상영시간과 관객과의 대화 시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더라. 사인 같은 건 못 받아도 좋으니까 감독님 얼굴을 반경 100m 안에서 보고 그의 영화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영화를 본 후에는 동진님과 종각역 근처에 있는 커피집 '커피친구'에 갔다. 맛있다는 커피집에 가서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번에는 처음부터 기대를 낮춰 잡고 갔는데 뜻밖에 굉장히 맛있었다. 이디오피아와 블렌드를 마셨는데 둘 다 훌륭했고, 특히 이디오피아는 "이렇게 맛있는 이디오피아라니, 얼마만인지......"하고 감동하면서 마셨다. 홍차는 있지만, 케이크 같은 사이드메뉴는 없다. 더치 커피도 한다.

커피를 마신 다음에는 청계천 근처에 있는 '파리크라상 키친'에서 저녁을 먹었다. 갓 생겼을 때 지나가면서 보고 한 번 들러 봐야지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실제로 가 봤다. 파리크라상이 레스토랑업에 진출하려고 만들어 본 곳 같은데, 양식 전반이랄까, 파스타/피자/스테이크/각종 샐러드/샌드위치/와인 등을 취급한다. 메뉴는 상당히 난잡해 보이지만 화덕까지 갖추어 놓은 분위기는 꽤 본격적. 저녁 세트가 있지만 시간이 되지 않아 (6시부터다) 단품으로 크렌베리과일 샐러드, 안심스테이크, 와인치킨스튜를 주문했다.

과일 샐러드는 소스가 조금 달았지만 괜찮았다. 와인치킨스튜도 굉장히 맛있어 보이는 외양만큼은 아니었지만 역시 무난하게 만족스러웠다. 조금 덜 달았으면 싶기는 했다. 그런데 서버가 "드셔 보신 분들이 다 만족하셨다"며 권하기에 반신반의하며 고른 안심스테이크가 확실히 맛있었다. "사실 전혀 기대 안 했는데, 이게 왠일이람- 빵집 스테이크가 정말로 맛있잖아!" 가 솔직한 감상이다.  

시간대 별로 점심 식사 메뉴와 저녁 식사 메뉴가 따로 있고, 그 사이인 오후 두 시 부터 다섯 시 사이가 (왜인지는 몰라도 '티타임'이 아니라) '브런치' 메뉴다.

저녁에는 빈둥빈둥 하다가 잠들었다. 새벽 세 시 쯤에 전화벨이 울리고 아버지가 거실로 나오셔서 깜짝 놀라 일어났는데 -이런 시각에 전화가 오면 아무래도 좋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된다.- 궁시렁거리며 욕을 하더니 뚝 끊어지는 장난 전화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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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니 이 날은 영화/커피/식사 모두 '기대보다 만족스러운' 하루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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